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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금요일] 중국 부진, 유가 추락, 미 금리 인상 … 근육 약해진 세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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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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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을미년(乙未年)의 해가 서서히 지고 있다. 지난 1년간 글로벌 경제는 많은 부침을 겪었다. 연초부터 유가는 자유낙하했고, 잘나가던 중국 증시는 6~7월에 급격히 고꾸라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는 결국 양적완화라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힘찬 도전을 시작했던 일본 경제는 시간이 갈수록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제 2015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결국 12월 들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세계 경제에 대균열(Great divergence)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한 배를 탔던 주요 국가가 마이웨이(My way)를 선언했다. 미국은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고,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는 유럽과 일본은 여전히 돈을 풀고 있다.

 쉽게 긴장을 풀 수 없던 한 해였다. 연초부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세계 경제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미국 등 주요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푼 유동성에 취해 있던 신흥국은 두려움에 떨었다. 출발 신호(금리 인상)만 떨어지면 당장 짐 쌀 태세던 자본의 움직임에 신흥국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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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부진은 세계 경제에 주름살을 키웠다. 과잉 투자의 무게에 짓눌린 중국 경제는 힘을 잃어 갔다. 한여름 중국 주식시장의 폭락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질주하던 경제 엔진이 식자 세계 경제는 부진에 신음했다. 자원의 블랙홀이던 중국의 먹성이 약해지자 원자재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유가의 충격이 겹쳐졌다. 경기 둔화 우려에 고심하는 각국의 물가를 끌어내리며 침체의 먹구름을 더 짙게 했다. 산유국과 자원 부국은 저유가라는 일격에 휘청댔다. 국가의 곳간은 비어 갔고 빚 부담은 커졌다.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주식 시장도 무너졌다. 유로존의 약한 고리인 그리스는 긴축의 고통에 유로존 탈퇴라는 초강수로 세계 시장에 근심을 더했다.

 기업에도 힘든 한 해였다. 경기 부진에 유가 하락 등의 악재가 겹치며 기업은 인수합병(M&A)으로 살길을 찾아 나섰다. 신뢰의 상징과 같던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디젤 게이트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될까.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미국은 고용·주택시장 호조에 힘입어 소비 등 내수 중심의 양호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것이다. 유로존은 통화정책 완화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중국은 수출 부진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6%대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완만한 회복이 예상되나 수출 부진과 재정위험 요인은 여전할 것으로 평가됐다. 브라질·러시아 등 신흥국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경기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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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0.5%

미국의 기준금리.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금리를 채택한 지 7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미국이 돈 줄을 죄면서 세계 경제는 대균열(Great divergence) 시대를 맞게 됐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이어져 온 각국의 통화 공조도 끝나게 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자금의 환류는 신흥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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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6%

올 들어 23일까지 하락한 브라질 헤알화 가치. 세계 경제 둔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저유가까지 각종 악재가 겹치며 신흥국의 신음은 깊어지고 있다. 신흥국의 통화 가치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6.8%

중국의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바오치(保七·경제성장률 7%대 유지)’가 깨지며 세계 경제의 엔진이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국유기업 개혁 같은 신 공급 개혁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4조6000억 달러

올해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M&A) 액수. 기업이 생존을 위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올해 M&A 규모는 역대 최대치인 4조6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07년(4조3000억 달러)의 수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올해 최대 빅딜은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와 보톡스 제조사인 엘러간의 M&A로 인수가는 1486억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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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억 달러

애플의 4분기(7~9월, 한국의 3분기) 매출액.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의 판매 급증 덕이다. 중국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9% 늘어나며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아이폰6의 판매가 부진에 빠지며 1분기(10~12월) 애플의 실적에는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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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3달러

지난 18일 서부텍사스유(WTI)의 배럴당 가격.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낮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와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해제, 이란의 수출 재개 등 공급 부담이 커지며 유가의 자유낙하는 가속화했다. 골드먼삭스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860억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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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등 채권단이 그리스에 향후 3년간 제공할 구제금융 액수. 급진좌파연합이 정권을 잡은 그리스는 가혹한 긴축을 전제로 한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쳤고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를 맞으며 세계 경제에 불안감을 키웠다.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에서도 ‘반긴축 세력’이 급성장했다.

1조5000억 유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규모. ECB는 지난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매달 600억 유로가량의 채권을 매입하는 QE에 돌입했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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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만 대

폴크스바겐이 내년 전 세계에서 리콜할 디젤 차량 대수.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9월 폴크스바겐의 디젤 차량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다고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은 ‘디젤 게이트’에 휘말리며 이미지 추락뿐만 아니라 벌금과 소송, 리콜과 관련한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경영진도 교체됐다.

비실대는 원자재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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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값은 올 들어 23일까지 42.97% 하락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둔화로 수요가 줄고 달러 강세까지 겹치며 원자재 가격은 올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도 25.94%나 하락하며 6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농산물 가격 하락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엘니뇨로 인한 이상고온 여파로 원자재 가격의 변동폭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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