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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문동 골목 아이들’ 얼굴 낯선데 연기는 실감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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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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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응답하라 1988’(tvN)의 다섯 주역들. 이들은 서울 쌍문동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동갑내기다. 왼쪽부터 덕선(혜리)·동룡(이동휘)·선우(고경표)·택(박보검)·정환(류준열). 덕선의 남편 찾기는 ‘택 vs 정환’으로 좁혀졌다. [사진 CJ E&M]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 이하 ‘응팔’)에서 요즘 가장 훈훈한 로맨스를 선보이는 남자는 다름 아닌 택이아빠 무성(최무성)이다. 늘 곰처럼 무덤덤하게 금은방 봉황당을 지키던 무성은 특히 지난주 방송에서 사뭇 다른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아들 걱정에 격분할 때는 삽시간에 다른 사람이 된 듯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쥐 한 마리에 벌벌 떠는 귀여운 소심함까지 보여줬다. 알고 보면 무성 역의 배우 최무성(47)은 연희단거리패의 연극무대를 시작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해온 관록파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2010)의 섬뜩한 살인마 연기로 영화계에 회자되기도 했지만, 대개의 시청자에게는 이제야 이름 석 자가 각인됐다. 그 로맨스 상대이자 선우엄마 선영 역을 맛깔난 사투리로 소화하는 김선영(39)도 영화·연극·드라마 등에서 활동해온 10년차 배우지만 낯선 얼굴이었던 건 마찬가지. 이처럼 연기 잘하는 새 얼굴을 대거 캐스팅한 게 ‘응팔’의 또 다른 무기이자 재미가 되고 있다. 덕분에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인물이 번갈아 중심에 부상하는 전개가 무리 없이 이어진다.

정봉 역 안재홍은 ‘족구왕’ 주연
정환 역 류준열은 ?소셜포비아?
독립영화 스타들 대거 캐스팅
택이 박보검은 ‘명량’ 토란소년
무대서 내공 쌓은 최무성도 눈길

 특히 쌍문동 골목 아이들 중에는 이미 독립영화로 주목받은 유망주가 여럿이다. 대학입시는 칠수생 신세지만 전화번호부든, 전자오락이든 늘 뭔가에 열중하는 정봉 역의 안재홍(29)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족구왕’에서 안재홍은 취업준비장이 되버린 대학에서 나홀로 족구에 열정을 불사르는 복학생을 연기해 독립영화에 주는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까지 받았다. ‘응팔’의 정봉은 한결 유머가 가미됐으되, 우직한 매력이 ‘족구왕’과 통하는 캐릭터다. 까칠한 성격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서울대생 보라 역의 류혜영(24)도 ‘잉투기’(2013)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10대 소녀의 앙칼진 매력을 맞춤하게 연기해 독립영화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과묵한 상남자 정환 역의 류준열(29) 역시 독립영화 ‘소셜포비아’(2015)에서 변요한·이주승과 함께 다부진 연기력를 선보였다. 흥미로운 건 두 작품의 캐릭터가 전혀 다르다는 점. ‘소셜포비아’에서는 인터넷 방송의 날라리 BJ 역할로 시종일관 까불대는 캐릭터였다.

 1000만 영화에서 활약한 배우도 있다. 바둑 기사 최택 역의 박보검(22)이다. 순수의 결정체 같은 그 매력은 역대 최다관객을 동원한 ‘명량’(2014)에서 이미 반짝였다. 치열한 해전이 모두 끝난 뒤, 이순신 장군에게 토란을 건넨 ‘토란 소년’이 그다. 올해 상반기 영화 ‘차이나타운’에선 상냥한 꽃미남 요리사로 등장해 험하게만 살아온 여주인공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쌍문동 골목의 막내 진주 역의 김설(5)은 ‘국제시장’의 피난 시절 장면에서 어린 덕수·달수와 함께 등장한 이력이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덕선의 남편감은 아니더라도 고민상담에는 최적인 친구 동룡 역의 이동휘(30)는 영화 출연작이 퍽 많다. ‘베테랑’에는 황정민·유아인이 조우하는 파티 장면에 연예기획사 실장 역으로 잠시 등장했고,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주인공의 절친 역할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로 ‘제2의 납뜩이’라는 호평까지 들었다.

 이들에 비하면 동네 누나 보라와 연애 중인 선우 역의 고경표(25)는 한결 낯익은 편이다. 영화만 아니라 ‘감자별 2013QR3’(tvN), ‘스탠바이’(MBC) 등 시트콤과 코미디 프로 ‘SNL코리아’(tvN)까지 폭넓게 활동해 왔다. 멀끔한 듯하지만 엉뚱한 캐릭터, 새로운 연기에 대한 그의 도전은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2’(2013)의 이름부터 독특한 ‘고병신’ 역할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 같은 캐스팅은 제작진이 7월 촬영 시작에 앞서 석 달 동안 “무수히 많은” 배우들을 만나고 낙점한 결과다. 다만 덕선 역은 널리 알려진 대로 일찌감치 혜리(21)를 점찍었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신원호 PD는 혜리를 두고 “TV 예능 등에서 보여준 모습이 덕선 캐릭터를 만드는 데 많은 참고가 됐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다른 배역의 배우들도 캐릭터에 가장 닮은 사람을 고르되 배우에게 성격은 어떤지, 뭘 좋아하는지 인터뷰해 본인의 성격과 맞게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허허실실 웃음을 주는 덕선의 쌍문여고 친구들, 즉 ‘장만옥’ 미옥 역의 이민지(27)와 ‘왕조현’ 자현 역의 이세영(26)도 빼놓을 수 없다. ‘SNL코리아’(tvN) 등에서 활동해온 이세영이 본래 코믹 연기에 능하다면, 이민지는 조성희 감독의 독립영화 ‘짐승의 끝’(2011)의 미혼모, 201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단편 ‘세이프’의 불법환전소 여직원 등으로 사실적인 연기 이력을 차근히 쌓았다. 드라마 ‘선암여고탐정단’(JTBC)에선 혜리와 함께 주연으로 활약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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