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토지사용료 합의…협상 과정에서 삼성 베트남 공단 등 참고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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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24일 개성공단 토지사용료 협상을 타결지었다. 지난해 11월 협상을 시작한 이래 약 13개월 만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토지사용료율 협상에서 정부는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옌퐁공단 등의 국제 기준을 제시하며 북측과 타협점을 찾았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토지사용료 부과 대상 문제에선 북측이 남측의 안을 수용, 실제 입주기업들이 사용하는 토지에만 사용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남측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표는 이날 오전 만나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통일부가 발표했다. 토지사용료는 남측 기업들이 북한 당국에 납부해야하는 금액으로, 사실상 세금에 해당한다. 토지사용료를 두고 북측은 분양가의 2% 수준인 1㎡당 1달러를 요구해왔으나 남북은 분양가의 1.56% 수준인 1㎡당 0.64달러로 합의했다. 정부가 1㎡당 0.5달러 수준을 주장했던 점을 감안할 때 남북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한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 금액이 중국ㆍ베트남 지역의 국제공업지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칭다오(靑島)의 중ㆍ독 생태원은 1㎡당 0.64달러, 삼성전자의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옌퐁공단은 1㎡당 0.5달러, 베트남 호치민 인근 린쭝 공단은 1㎡당 0.96달러를 부과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토지사용료는 개성공단의 특수성과 국제 기준, 기업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며 “개성공단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발전적 정상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김용현(북한학) 교수는 "북한도 국제 기준에 유연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합의"라고 말했다.

토지사용료 부과 대상과 관련 북측은 개성공단 1단계 부지인 330만㎡ 전체를 부과 대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남측 기업들이 실제로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92만㎡만 부과 대상이라는 입장을 관철시켰다. 천안함 폭침 사건 후 5ㆍ24 대북 제재가 이어지는 등 개성공단 1단계 중 25%에서만 입주기업이 생산활동을 하고 있다.

토지사용료는 지난 2004년 개성공단 가동 때부터 10년간은 면제하기로 남북이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 15조를 통해 합의해 지난해 첫 협상을 시작했다.

남북은 24일 토지사용료는 연 1회 매년 12월20일까지 부과하며 남측 관리위와 북측 총국이 합의해 4년마다 조정하되, 종전 금액의 2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재협의하기로 했다. 올해 사용료는 협상이 늦어진만큼 내년 2월20일까지 납부하는 것으로 의견 일치를 봤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합의는 관련 규정에 따라 남과 북이 함께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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