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로 변신한 이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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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저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을 위해 이웃들이 산타할아버지로 변신한다.

광주광역시 상무2동 주민들을 비롯한 70여 명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관내 40가구를 돌며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연다. 주민들은 8개조로 나눠 한부모와 다문화·장애인·조손가정 등 10세 미만 어린이가 사는 5가구씩 찾아간다. 흰 수염과 빨간 옷, 모자 등 산타 복장을 한 주민들은 눈 스프레이를 뿌리고 캐럴 공연을 해준 뒤 아이가 평소 갖고 싶었던 선물과 케이크를 전달한다.

상무2동은 전체 주민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 대상자다. 주민들은 이런 가정 환경에서 마음껏 웃을 기회가 없던 어린이들을 위해 이벤트를 기획했다.
산타클로스는 '몰래 산타' 경험이 있는 주민 손평길(43)씨를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모집했다. 대학 진학을 앞둔 장민영(19)양을 비롯한 70여 명의 지원자들은 각 어린이들의 가정 환경과 평소 바라던 선물을 파악했다. 2차례 열린 산타 학교를 통해 손씨에게 이벤트 요령을 배우고 시나리오도 짰다.

주민들은 동네 중심에 있는 쌍학공원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나무에 전구를 둘러 산타 마을을 만들었다.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색다른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마을 곳곳에는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에 이루고 싶은 소원을 적은 편지를 넣을 루돌프 우체통도 설치했다. 산타 마을 단장을 맡은 손씨는 "크리스마스 하루 만이라도 가정형편과 관계 없이 모든 어린이들이 똑같은 기쁨을 누리며 꿈을 키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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