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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이민자를 향한 트럼프 막말, 멕시코 10대 소년의 생각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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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우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왼쪽)가 공화당 후보 TV토론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오른쪽은 벤 카슨 후보.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왼쪽)가 공화당 후보 TV토론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오른쪽은 벤 카슨 후보. [사진=AP=뉴시스]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계속되는 막말로 인지도 급상승을 누리는 스타 아닌 스타가 있다. 바로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이다. 상습적인 근거없는 막말과 기이한 행보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그는, 주한미군 주둔비용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에 의지함으로써 자국에 막대한 금전적인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 한국의 공분을 산 바가 있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트럼프의 막말 공약은 상당수가 중남미계 미국 이민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라틴계 이민자를 배려하겠다는 공약으로 미국내 대다수인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유력한 공화당 후보 젭 부시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미국은 민족의 용광로(melting pot)라 불릴 만큼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살아온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다. 심지어 미국 발전의 원동력은 이민자에 대한 관대한 정책으로 여러나라에서 노동력을 많이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을 정도다. 물론 수많은 인종의 이민자들이 있지만, 그 중 압도적인 수를 자랑하는 민족은 바로 히스패닉 계열의 중남미 이민자일 것이다.

미국의 Migration Policy Institute(이민 정책 기관)에 따르면, 1980년부터 멕시코인은 미국 이민자 중 가장 많은 수였다. 여기에 멕시코가 아닌 과테말라, 콜롬비아 등의 남미 국가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된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수많은 히스패닉계 이민자를 강도·성범죄자 등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인종으로 낙인을 찍어 이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의 청소년들이 트럼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해 멕시코시티에서 재학 중인 학생을 인터뷰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안드레아 H.’이고 16살입니다. 멕시코 국적을 가진 멕시코인이며, 그린게이츠학교 11학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먼저 트럼프는 아주 무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실이 아닌 발언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 멕시코인은 부패가 팽배한 모국에서 성공을 위한 기회를 찾기 힘들어 미국에서 찾고 있을 뿐이에요. 제 생각에는 그의 공약이 실천되면 미국 경제에도 여러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예요.”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 중, 멕시코인에게 모욕적인 말을 꼽는다면.
“일단 그는 우리가 미국인에게서 기회를 빼앗는다고 했어요. 성폭력범죄자나 살인자라고도 했고요. 이것들은 사실과 전혀 달라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는 단지 기회를 찾고 있는 것 뿐입니다. 사실 히스패닉을 이렇게 비추는 것은 언론이죠.”
-그럼 남미 이민자들이 저지른 범죄가 언론과 미디어에 의해서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맞아요. 남미 이민자들이 성범죄자나 살인자라는 것은 근거 없는 엄청난 편견이에요.”

뉴욕 맨하탄의 도널드 트럼프가 소유한 '트럼프 타워' [사진=중앙포토]
뉴욕 맨하탄의 도널드 트럼프가 소유한 ‘트럼프 타워’ [사진=중앙포토]
-혹시 트럼프가 차기 대권 주자로 나서기 전에 그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그가 부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가 소유한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 대해서는 알고 있죠. 직접 가본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까진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은 거의 없었어요. 유일하게 아는 사실이라면 미스 유니버스와 결혼했다는 것 정도?”

-트럼프가 소수의 미국인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데요, 이 현상의 이유가 뭘까요?
“인종차별은 미국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현재까지도 그렇고요. 아무래도 극우 보수주의자 중에는 구시대적 편견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트럼프의 지지율은 그런 극우 보수주의자에게서 나오는 것 같아요.”

이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의 막말의 최대 희생양인 멕시코 청소년도 그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이런 막말 세례가 겉으로는 무식해 보이나 실제로는 광고 효과를 노린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사회 불만을 가진 소수의 극우주의자를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공약이 시대 착오적인 생각과 정당화 될 수 없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많은 미국인들의 비판은 그가 감수해야 할 부분인 듯 하다.

글=유은우(그린게이츠학교 11)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Mexico City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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