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빌라에 권노갑씨 1년반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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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양도성 예금증서 1백50억원 어치를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金榮浣.50.미국 체류)씨가 소유했던 서울 종로구 평창동 빌라에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노갑(權魯甲)씨가 1년반 동안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金씨는 또 權씨가 1997년 한보사건에 연루돼 구속됐을 때와 이듬해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강북삼성병원에 입원했을 때 면회를 가는 등 오래 전부터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金씨가 박지원(朴智元)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구 여권 실세들과의 유착을 통해 각종 사업 편의를 제공받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본지 취재팀 확인 결과 權씨는 일본에서 귀국한 지 1년 만인 99년 12월 8일부터 2001년 7월 12일까지 서울 평창동의 S빌라에 살았다. 이 집은 金씨가 89년 분양받아 별채 용도로 사용하다 98년 12월 재일동포 河모(56.가나가와현 거주)씨에게 팔았으나 실제 명의인인 河씨는 살지 않았다.

金씨의 한 측근은 "權씨가 입주하기 전 金씨가 거액을 들여 인테리어를 새로 했으며, 權씨가 입주한 뒤 자주 빌라로 그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金씨가 權씨가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로 한차례 이상 면회했으며 병원으로도 직접 찾아갔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權씨 측은 "전세로 입주했었는데 나중에 김영완씨 집인 줄 알게 됐을 뿐 金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면서 "면회를 온 일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金씨 집 1백억원대 강도 사건의 수사는 당시 청와대 파견 경찰관인 박종이(朴鍾二)경감의 개입으로 이뤄졌음이 경찰 감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朴경감은 박지원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어서 이른바 '비선(秘線)수사'에 朴씨의 배경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지난해 3월 31일 金씨가 강도를 당한 직후 박종이 경감(당시 경위)이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청 이승재(李承裁)수사국장 (현 경기경찰청장)에게 전화해 보안 유지와 수사 적임자 추천을 당부했다"고 발표했다.

윤창희.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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