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승부수 … “바이오 의약으로 제2 반도체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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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제2공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세계적인 제약회사 로슈의 최고경영자(CEO)인 제버린 슈반을, 올 9월엔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CEO 지오바니 카포리오와 만났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과 함께 수차례 해외 출장길에도 나섰다. 삼성은 2010년부터 바이오의약품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운 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21일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 기공식을 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3 공장은 그간의 결실이다.

삼성, 송도 바이오 제3공장 착공
“2018년엔 매출 2조, 생산 세계 1위”
수탁생산 넘어 신약 개발 최종 목표
“반도체처럼 생산 패러다임 바꿀 것”
박 대통령 “제조업 혁신모델 확신”

 주문받은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3만L 생산규모를 갖춘 제1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건설을 끝내고 생산 전 점검 중인 제2 공장(15만L)은 내년 3월 가동을 시작한다. 2018년 9월 제3 공장까지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규모 36만L의 세계 최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을 갖추게 된다. 규모에서 경쟁업체인 스위스 론자(26만L), 독일 베링거잉겔하임(24만L)을 제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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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의약품은 동물세포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1세대 단백질의약품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의 섬세한 제조공정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노하우 습득 기간도 길다.

산업의 특성이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시작도 늦었다. 국내 셀트리온은 이미 2000년대 말 같은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은 반도체 생산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로 극복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프로젝트 에디슨’으로 명명된 일련의 공정을 통해 플랜트 건설 기간은 최대한 단축하고 비용은 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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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제약사의 경우 통상 9만L 규모의 바이오플랜트 생산설비를 만드는 데 40개월 이상이 걸리고 1조원 정도의 비용을 투입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3 공장은 18만L 규모의 생산설비를 35개월 만에 만들면서 비용은 8500억원으로 줄였다.

 삼성 관계자는 “제3 공장이 가동되는 2018년 매출 2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이 1조원에 달하는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조업체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0%만 돼도 잘하는 것인데 영업이익률이 50%에 이른다는 얘기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착공 후 3년 이내에 바이오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례가 없었고 15만L 규모도 우리가 처음”이라며 “수탁생산(CMO)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공장을 빨리 만들어 잘 돌리고 잘 파는 것이 중요한데 삼성은 반도체 생산 경험을 통해 이를 이미 검증했다”고 말했다.

 윤호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단순히 생산 규모 1위가 목표가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며 “그동안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플레이어가 한정돼 있어 남에게 제작을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제약업계가 (수탁이 일반적인) 반도체 모형으로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이 그리는 그림은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3 공장 건설이 끝나는 2018년 세계 1위의 바이오 CMO기업이 된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바이오베터(bio-better)’ 개발에 나선 신약 회사로 변모한다. 바이오베터는 당뇨병 환자가 맞아야 하는 인슐린 주사를 하루 한 번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될 정도로 성능을 높인(better) 것으로 차세대 바이오 신약으로 꼽힌다. 내년 초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이 아니라 바이오신약 개발이 최종 목표”라며 "바이오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삼성의 투자가 제조업의 혁신모델이 되고 바이오경제 시대로 진입할 수 있는 큰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공식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함께 발파식을 진행했다.

  인천=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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