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누리 180석도 가능” vs “비전 제시로 반전 이루면 여소야대 될 수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58호 4 면

15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내년 20대 총선의 막이 올랐다. 정치권의 선거구 획정 협상이 늦어지며 자칫 현행 선거구 전체가 무효화되는 초유의 사태가 올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휘슬을 울렸고 공은 구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야권을 혼돈에 빠뜨렸고, 새누리당도 중도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안 의원의 탈당은 총선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중앙SUNDAY는 여야의 전략가와 정치학자 등 모두 10명에게서 그들이 전망하는 총선 결과, 또 승부를 좌우할 변수들을 들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내년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 일여(一與)와 새정치민주연합과 안철수 신당, 천정배 신당, 정의당 등 다야(多野)의 구도다. 정치권에선 하나로 뭉친 여권에 뿔뿔이 흩어진 야권이 참패할 것이란 ‘야권 필패론’이 벌써 회자되고 있고, 야권 내부에서는 안 의원의 탈당에 반대하는 논리로도 채용됐다. 새누리당은 ‘안정적 과반 의석’이라고 불리는 180석을 일찌감치 목표로 내걸었다. 국회선진화법 체제 속에서도 단독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5분의 3 의석이다.


 과거 안 의원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의원은 “새누리당이 목표로 한 180석 달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에서 집권세력이 비대해지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란 국민의 견제심리가 작용한다”면서도 “지금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너무 크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도 이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당원 가입 행사에 참석했다. 김상선 기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가까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야권 전체의 의석수 감소는 이미 예정돼 있다”며 야권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했다. 조 교수는 “현재 새정치연합이 가진 127석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야권연대를 통해 확보된 의석”이라며 “현재 야권 모습으로는 지금보다 의석수가 훨씬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는 “야권의 패배 가능성은 95%”라며 “최악의 경우 (야권 전체가) 두 자리 의석을 얻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전의 흐름이 꼭 새누리당의 바람대로만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새정치연합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안철수 신당의 세력이 미미할 경우 일여다야 구도가 큰 의미를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도 “새누리당의 180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야당이 막판에 어떻게든 공멸을 피하기 위한 강구책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일여다야’ 구도가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하긴 했지만 모두 여권의 압승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선 김대중의 평화민주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 등 야 3당이 164석을 얻어 노태우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정의당(125석)을 압도하면서 여소야대(與小野大)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을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수도권 선거는 항상 중도층이 판세를 정하는데 중도층이 안철수 신당으로 가 버리면서 새누리당 표를 잠식할 수 있다”며 “서울의 경우 지금의 17석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14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0단지 경로당을 찾았다. 김경빈 기자

총선 전체 승부 수도권에서 갈려 이번 총선의 승부가 전체 의석의 절반가량이 걸린 수도권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었다. 선거구가 획정되면 현재 112석인 수도권 의석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대 변수는 쪼개진 야권이 막판에 어떤 식으로든 연대를 할 가능성이다. 수도권의 경우 대부분의 지역에서 몇천 표 이내로 승패가 갈리는 만큼 야권의 후보 단일화 여부에 따라 판세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울 48개 선거구 중 32곳(67%)에서 10%포인트 이내로 당락이 엇갈렸다. 조국 교수는 “일대 다수로 붙게 되면 전패할 가능성이 크니 야권이 정책연대를 해야 한다”며 “막무가내식의 연대가 아니라 합의된 특정 사안에 대해 정책연대를 내걸고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윤여준 전 의원도 “야권 전체가 어떻게 국민에게 인정받는 연대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비슷한 조언을 했다.


 반면 서울 노원병 지역에 출마할 예정인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야권의 참패가 예견될수록 연대 가능성은 커지겠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싸우고 나간 뒤 연대를 한다는 건 파혼해 놓고 데이트는 가끔 하자는 얘기인데, 국민이 이해해 줄지 의문”이라며 야권연대의 성사 가능성에 낮은 점수를 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뉴시스]

“야당, 최악 땐 100석도 못 건져” 제3세력으로 등장할 안철수 신당의 총선 성적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안병진 교수는 “호남 지역은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이 높고 굉장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며 “안 의원이 천정배 신당과 연대를 통해 호남을 석권하고 수도권에서 선전을 한다면 교섭단체(20석)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이미 태풍이 아닌 미풍에 그쳤다. 당장 내일 총선을 한다면 10석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원종 전 수석은 85년 12대 총선 당시의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 김영삼 의원은 선거를 불과 20일 앞두고 신민당을 만들었다. 물리적으로 공천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84.6%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국민 참여 분위기에 힘입어 67석을 얻었고, 어용야당인 민한당과 국민당이 붕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국민의 참여가 그렇게 무서운 것”이라며 “안철수 의원도 국민을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는 이슈를 던진다면 돌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교수는 “안철수와 손학규, 정운찬이 힘을 합치면 굉장한 폭발력을 지닐 수 있다”며 ‘손·안·정’ 연대를 안철수 신당의 성공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다만 “손학규를 영입하려면 안 의원이 ‘정권 교체를 위해 차기 대권까지 포기하겠다’는 수준의 카드를 내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 비박근혜 세력 일부가 안 의원과 손을 잡을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여야가 공천에 들어가면 양쪽 진영 모두 균열이 생기고 탈당을 생각하는 후보가 많아질 것”이라며 “중도 보수층의 지지가 안 의원으로 이동하면 새누리당의 유승민 전 원내대표 같은 사람들이 안 의원의 손을 잡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소설 같은 얘기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의 예측들이 모두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의 과제는 과거와의 단절 그렇다면 안 의원의 탈당 뒤 위기에 몰린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어떤 반전카드를 꺼내 들어야 할까. 조국 교수는 “새정치연합에 지금 필요한 건 좌클릭이나 우클릭이 아닌 저(低)클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아·청년·주택 문제 등 총체적 의미의 민생복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이번 총선의 승부처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병진 교수는 “새누리당이 대학생이라면 새정치연합은 초등학생”이라며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민 정서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할 줄 알았는데 현재 야권은 전략적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문제를 들었다. 안 교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제안했을 때 문재인 대표가 이를 받아야 했다”며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싸울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주는 한편, 야권은 공천 잡음을 완화할 수 있었을 텐데 그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야권이 총선에서 이기려면 ‘도전자’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과거와 놀랍도록 단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종 전 수석은 “유권자들이 정권을 심판하고 싶어도 야당을 대안으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차악의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YS가 85년 총선에서 직선제개헌이란 이슈로 돌풍을 일으켰듯 야권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전을 제시하고 서로 연대하는 반전을 이뤄내면 여소야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새누리당서 전략공천 불가피론 고개 전문가들은 얼핏 탄탄대로처럼 보이는 새누리당의 앞길에 돌출될 수 있는 변수들을 여럿 꼽았다. 정두언 의원은 “야권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같은 악재들이 이미 불거졌기 때문에 이제 정리할 일만 남았지만 새누리당은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된 공천 갈등을 포함해 내연(內燃)해 있는 악재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자칫하면 수도권에서 여권이 박살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형준 교수는 “어느 쪽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표심(票心)이 요동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컷오프를 통해 의원 일부를 물갈이할 텐데 새누리당이 현행 룰대로 경선을 하겠다는 건 사실상 똑같은 사람들이 다시 나온다는 것”이라며 “인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전략공천 카드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원택 교수는 “김무성과 문재인·안철수의 운명이 이번 총선에 달려 있다”며 “김 대표는 총선을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이끌 수 있느냐, 문 대표는 현재의 불리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만들어 내느냐, 안 의원은 총선을 통해 제3의 세력으로서 기반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2017년 대선에서 유력한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형·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