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호전적이면 투자 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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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노사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한 미국 재계 핵심 인사들의 우려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청와대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을 방문한 한.미 재계회의의 모리스 그린버그(사진) 미측 회장은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한국의 노사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지금 다시 그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보험회사인 AIG의 회장이자 뉴욕 연방은행 이사장을 거친 미 경제계의 원로인 그가 방문국의 노사 문제에 대한 우려를 대통령 면전에서 표명한 것은 그만큼 미 재계의 상황 인식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린버그 회장은 직후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AIG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나 노동 문제 등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장에서 사업하려 한다"며 "그런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은 한국의 선택에 달렸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많은 투자자가 한국에 투자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호전적 노조가 있다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당수 미국 기업인이 한국의 호전적인 노조와 노동 문제를 불평한다"고 전했다. 또 "노사는 국제적.법률적인 기준을 준수해야 하고 한국 정부도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린버그 회장은 "한국은 정부의 규제 문제와 투명성 부족, 반미 감정과 북한 문제 등 여러 부정적 요소가 있지만 무엇보다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태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린버그 회장은 盧대통령에 대한 미국 재계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 "지난해 대선 기간에 한국인들의 반미 감정에 매우 놀랐지만, 盧대통령이 방미를 통해 솔직한 모습과 한국의 입장을 훌륭히 전했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盧대통령은 그린버그 회장에게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정부가 노동자들의 자율권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제공한 반대급부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며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요구, 파업 기간의 임금 요구, 해고가 쉽지 않은 점 등이 그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은 "이제 노조도 자율권을 갖게 된 만큼 이런 특혜도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盧대통령은 "언론 보도만 보면 노사 문제가 심각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자 편만 들어 기업을 어렵게 하는 듯 보이지만 올해 노사 분규 발생 건수는 지난해 절반, 파업으로 인한 휴업일수는 3분의1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노사 문화는 변화해 가는 과정에 있으며 2~3년 내에 많은 부분이 개선돼 국제적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최훈.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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