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사업가에 국가서 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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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997년 '북풍 사건'을 수행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공작원 '흑금성'을 고용했다가 피해를 본 대북 사업가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梁東冠부장판사)는 27일 ㈜아자커뮤니케이션 전 대표 박기영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70억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던 1심을 깨고 "국가는 6억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흑금성은 안기부가 1995년 아자 측에 위장취업시킨 朴모씨의 암호명으로, 안기부는 그에게 박기영씨와 함께 대북 사업을 하면서 대북 공작활동을 수행하도록 했다.

아자 측은 97년부터 북한의 금강산.개성 등을 배경으로 안성기씨 등 남한의 배우와 북한의 가수 등이 함께 출연하는 TV 광고를 찍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흑금성 朴씨는 북한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사업을 성사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98년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북풍사건 관련자가 차례로 구속되자 안기부 전 해외실장 이대성씨는 수사 확대를 막을 목적으로 정치권의 대북 접촉 의혹을 담은 기밀 정보를 폭로했다.

거기에 흑금성이 등장했고, 그가 朴씨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아자 측의 대북 사업은 북측의 반발로 전면 중단됐다.

재판부는 "안기부의 폭로로 회사 명예가 훼손되고 대북 접촉이 단절돼 사업이 무산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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