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탐욕의 실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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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실체/브라이언 크루버 지음/정병헌 옮김,영진닷컴,1만4천원

탐욕의 실체는 뭘까. 저자는 자신이 세계 최대의 회사로 알려진 엔론에서 일하게 되면서 흥분하고 감격했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자신에게도 탐욕이 있었던 게 아닌가 자문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탐욕과 소망의 경계선이 어딘지를 묻는다. 즉 탐욕이란 지나친 소망인데, 어디까지가 지나친가 하는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탐욕의 실체'는 단순히 엔론사라는 한 기업의 탐욕만을 파헤친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자와 사원들, 회계법인, 주주들, 그리하여 결국은 인간 군상 전체가 함께 보여주는 탐욕의 모습을 파헤치고 있다.

"'잘될 거야'라는 자기암시 전략을 엔론에 적용하면 그 효력이 1백배 이상 증가했고, 우리가 무엇인가를 반복해서 말하면 세계가 우리 말을 믿었고, 곧 이어 그 말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저자의 기록은 한 기업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돈을 둘러싸고 탐욕의 노예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엔론사는 90년대 이후 2001년 파산하기 직전까지 규제완화와 세계화라는 개념 연구에 흔히 연구 사례로 거론되었으며, 각 대학의 MBA 과정에서 연구되던 포천지 선정 세계 7대기업이었다.

그런 회사가 사실은 20년 가까이 회계 부정을 통한 수익을 불리고 손실을 감춰 고도 성장을 이룬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 증시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저자는 엔론사가 파산하기 1년 전에 난파하는 '배'에 탔던 경험을 자세히 기록했다. 저자의 기록은 마치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써 내려간 것처럼 긴박감이 넘친다. 또 기업이 경쟁을 통한 혁신이란 표제하에 사원들을 몰아치면서 인간성을 피폐화시키는 모습도 생생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고도성장을 추구해온 우리 주변에 이와 같은 기업이 얼마나 많을지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기업윤리와 투명경영 등에 대한 점검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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