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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말하지 않아도 통해요 너와 나 사이니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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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도 대화를 합니다. 사람의 언어와 다르지만 동물들만의 신호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사회를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죠.

동물과 의사소통하기 - 행동 언어
소리·냄새·몸짓에 초음파까지…사랑도 경고도 말없이 알린다

동물 행동을 잘 관찰해 보면 패턴과 의미를 찾을 수 있어요. 은밀한 암호처럼 자신들만의 신호로 대화를 하고 있는 거죠.

새 소리는 아침에 유난히 더 잘 들리는 듯합니다. 매미는 해가 뜨면 죽을 듯 울어대고요. 이러한 동물의 행동에는 어떤 비밀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동물 행동을 꼼꼼히 들여다 보며 숨겨진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봤습니다.

행동을 통한 동물들의 의사소통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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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침입자를 발견한 개미는 소집 페로몬을 분비해 동료들을 모은다.

2004년 12월 인도에서 발생한 쓰나미는 수천 명의 목숨을 빼앗아 갔습니다. 바다에서 시작된 해일이 순식간에 육지를 덮쳐 아무런 대책 없이 피해를 입었죠. 하지만 동물들은 달랐습니다. 해일이 덮쳤던 야생동물보호 구역 동물들은 감각적으로 자연의 이상 징후를 느끼고, 모두 높은 곳으로 미리 이동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동물들은 사람보다 예민한 ‘감각’을 이용해 환경을 인식하고, 정보를 주고 받으며 살아갑니다. 순간순간 주어지는 자극에 반응하는 ‘신호’체계를 이용하는데 사람의 표정·목소리·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과 비슷해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정보를 전달하는 의사소통 방법인 ‘언어’에 비해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동물들은 비언어적인 방법을 이용한 신호를 감각기관을 통해 주고 받음으로써 동물들만의 의사소통 체계를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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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행동 신호는 사람의 언어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소리·냄새·시각·진동·초음파 등인데 사람이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형태도 있어요. 종(種)과 내용, 지역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기 때문에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의 행동을 관찰해 그 의미와 패턴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동물들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은 ‘소리’입니다. 울음 소리로 인식되는 동물의 소리는 높낮이·길이·크기 등에 따라 최소 10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어요. 소리를 이용해 대화하는 ‘새’는 소리를 내는 시간과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를 냅니다. 산에는 나무·물·바위가 많아 소리가 반사된다는 점을 고려해 더 크고 낮은 소리를 내고, 장애물이 없는 논에서는 높은 소리를 내죠. 새들이 유난히 아침에 우는 이유도 땅의 에너지를 활용해 더 크고 멀리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이외에도 새들은 날개를 비비고, 부리와 다리로 땅을 두드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소리들을 만들어 전달하죠.

동물사회에서 소리만큼 많이 활용하는 대화 방법은 ‘냄새’입니다. 냄새는 화학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불리기도 해요. 몸 안에서 만들어져 밖으로 배출되는 화학 물질인 ‘페로몬’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냄새도 전달하려는 내용과 상황, 냄새 유지 기간에 따라 종류가 무궁무진합니다. 화학적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라 불리는 개미는 외분비샘에서 만들어지는 페로몬을 섞거나, 농도를 조절해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부여해요. 개나 고양이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소변을 누어 냄새를 남기는 행동, 위험에 처한 벌이 냄새를 풍겨 동료들을 모으는 행동 등도 냄새를 활용한 의사소통입니다.

시각·진동·초음파 등을 신호로 이용하는 동물도 있어요. 고양이는 공격을 하기 전 몸을 부풀리고, 벌은 꿀이 있는 장소와 적의 공격상황을 동료에게 전달하기 위해 춤을 추어 메시지를 전달하죠. 형태나 동작에 변화를 주어 시각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반면 돌고래·박쥐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사용해 동물들끼리만 대화를 해요. 대부분의 메시지는 자신과 같은 종 사이에서만 소통하기 때문에 동물들은 적의 공격에 맞서 의사소통 방법을 전략적으로 활용합니다.

동물 행동 신호에 숨겨진 의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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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까마귀는 가늘고 힘 있는 소리로 적을 경계한다. 2 매미의 울음소리는 관심을 끌기 위한 구애 신호다. 3 벌은 춤과 페로몬으로 다양한 신호를 보낸다.

동물은 사람에 비해 이기적입니다. 의사소통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과 달리 경쟁이 심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죠. 생명체가 가진 생존과 번식의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이에요.

본능을 우선시하는 동물 행동 신호에는 주로 적에게 보내는 경고와 이성에게 보내는 구애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생명에 위협을 느낀 동물들은 적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비버들이 꼬리로 수면을 내리치고, 까마귀가 날카롭게 울음소리를 내는 건 적을 경계하고 동료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경고 신호는 적이 누구냐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적이 포유류인지 조류인지에 따라 신호가 달라지고, 대피법도 다르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죠.

위험 신호는 대부분 암호화되어 있고, 빨리 사라져요. 적의 눈을 피해 동족에게만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Call’이라 불리는 새 소리는 집단 생활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신호예요. 둥지를 지키기 위한 어미 새와 아빠 새의 울음소리, 비행 중 적을 발견하고 위험이 감지됐을 때 내는 소리 등이 여기에 속하죠. 개미는 냄새로 위험을 전합니다. 외부 침입이 있을 때 동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경보 페로몬과 소집 페로몬을 분비하는데 위험의 메시지를 가진 페로몬은 빠르게 사라져 위험 신호를 자주 보내도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요. 적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위장 신호를 보내는 동물도 있어요. 박쥐는 같은 종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적의 눈을 피하고, 새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 적의 관심을 따돌리는 방법으로 둥지 속 새끼를 지키기도 합니다.

새 소리 ‘Call’이 위험을 알리는 신호라면 ‘Song’은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구애 신호입니다. 번식 본능을 충족하기 위한 신호이죠. 동물들의 구애 신호는 이성의 마음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크고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어요. 신호가 강하고 독특할수록 자신의 세력과 몸집을 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매미와 개구리도 암컷의 사랑을 구하기 위해 노래를 부릅니다. 매미는 배에 있는 심벌즈처럼 생긴 기관을 부딪쳐 소리를 내고, 개구리는 소리의 빠르기에 변화를 주어 자신의 우월함을 나타내죠.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김창회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동물의 신호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발전했습니다. 사람처럼 말은 하지 못하지만 신체적 특징을 바탕으로 의사소통하며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죠”라며 동물 행동에 숨겨진 신호의 비밀을 밝혔습니다. 주변에 있는 동물들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세요. 동물이 우리들에게 말을 걸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글=이민정 기자·권소진 인턴기자 lee.minjung01@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국립생태원,

참고도서=『동물을 깨닫는다』,『동물의 숨겨진 과학』,『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도움말=김창회 국립생태원 자연환경조사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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