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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심 성장정책 효과 발휘 못해…중소기업 활성화돼야 청년 고용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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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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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채택한 성장 정책들은 지금 효과를 발휘할 조건들이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계속 해보기만 해서는 틀릴 뿐이다. 즉효약은 없다.”

조순 “대통령이 국정 책임져야
국회, 공천 말고 의정에 관심을”

 조순(87·사진)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은 10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동반성장연구소(이사장 정운찬) 송년의 밤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전 부총리는 ‘한국 경제와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 제안’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정부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규제 완화, 부동산 거래 활성화, 추경예산 집행 등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경제 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한국의 ‘뉴노멀(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 부상한 새로운 경제질서)’에 대한 전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발상으로 새롭게 대처해야 하는데 그것은 중소기업 정책이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활성화돼야 청년 고용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고, 분배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가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는데 여전히 대기업을 동원한 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다.

 장기적인 개혁 과제로는 교육개혁과 정치개혁을 꼽았다. 그는 “한글 전용을 해서는 세계 수준급의 서적을 읽을 수도 번역해낼 수도 없고, (고교) 평준화는 재주 있는 사람도 바보가 되는 어정쩡한 하향 평준화를 만들었다”며 한글 전용과 평준화 폐지를 제안했다. 또 “대학엔 입시·학사 관리 등에 자율성을 더 줘야 한다”고 했다.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직언도 내놨다. 조 전 부총리는 “국정의 책임은 국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회를 비난하기 전에 국회의원들을 모아놓고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노동개혁 법안 등의 처리를 강조하며 “국회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채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됐다”고 했었다. 국회를 향해서는 “내년 선거에 공천을 받나 안 받나만 머릿속에 있는데, 공부를 좀 더 하고 의정활동에 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하며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을 지냈다. 초대 민선 서울시장, 민주당 총재, 한나라당 총재 등을 지내며 정치권에도 몸담았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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