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특검 정치권 반응]

중앙일보

입력

김대중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1억달러를 북에 제공했다는 25일의 특검팀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재특검을 요구하며 대여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평화비용''외교적 관례'라고 해명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사법적 절차가 끝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윤태영 대변인)고 말을 아꼈다.

"정략적 국민기만 드러났다"=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나머지 4억달러도 순수한 경협자금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며 "나머지 부분과 1백50억원 비자금 의혹에 대해 재특검을 통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비밀송금의혹사건 진상규명특위 이해구위원장은 "정상회담의 대가성을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나 나머지에 대해선 의혹을 증폭시켰다"면서 "▶송금 규모가 10억달러라는 진술에 대한 설명이 빠졌고▶정상회담을 하루 연기한 게 경호상 이유라는 해명과 DJ가 사전에 위법내용을 몰라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수사 발표는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억달러는 통일비용"=민주당은 "1억달러가 정상회담의 대가라고 가정하더라도 평화비용.통일비용으로 보지 못할 바가 아니다"(문석호 대변인)는 공식 논평을 냈다. 내부 분위기는 미묘했다.

신주류인 김원기 고문은 "특검팀이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큰 테두리를 존중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조순형 고문은 "야당의 제2특검 주장이 힘을 얻을까 우려된다"면서도 "지금이라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 정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주류인 한화갑 전대표는 "분단국이란 우리 현실로 볼 때 특검을 실시한 것 자체가 국제적인 망신"이라며 우회적으로 정부를 겨냥했다.

침묵한 DJ=DJ는 TV로 생중계된 특검의 수사발표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비서진으로부터 내용을 보고받고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DJ 측근은 "정상회담에 대해선 지난 15일 TV대담에서 '사법처리 대상이 돼선 안된다'고 밝힌 것 외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 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정민.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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