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정부 개혁주체 조직 성공하기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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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통령이 관료를 장악하는 일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들은 관료조직을 장악할 방법을 찾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개혁주체 조직안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개혁주체 조직안은 소수의 주체가 전 조직을 개혁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반강제적 참여이기 쉽다.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다. 반강제적 참여는 '참여정부'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둘째, 개혁주체 조직안은 공식 계선조직에 소규모 비공식 참모조직을 둔다는 것이다. 하위 공무원이 대통령과 직접 교류하는 것은 초등학생이 담임선생님을 제쳐두고 교장선생님과 직접 상대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공식 조직을 무력화하고 장관의 조직 장악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대통령이 관료제를 사유화하는 것이자 장관이 책임지고 권한을 행사하는 분권화 정부를 만들겠다는 약속과도 어긋난다. 관료제의 사유화가 12.12 사태를 초래한 한 원인이었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 역사적 비극을 잊어서는 안된다.

셋째, 만약 이 조직이 뿌리내리지 못하면 대통령의 리더십이 치명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스스로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5년 객인 대통령보다 조직에 충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정목(청주대 교수/행정도시계획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