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해외취업 돕는 ‘청해진대학’ 생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국내 정보기술(IT)회사에서 일하던 최모(36)씨는 최근 호주로 이민을 갔다. 번듯한 직장에 취업까지 하고서다. 그가 호주를 선택한 건 IT나 자동차정비와 같은 기술인력을 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부족해 실력만 갖추면 취업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K-Move의 도움을 받아 사전조사를 하고, 준비를 한 뒤 기술심사를 받았다. 주정부에서 후원까지 해줬다. 어렵지 않게 189비자(독립기술이민 영주비자)를 받았다. 기술 하나로 직장에 영주권까지 쥔 셈이다.

기사 이미지

 최씨가 어렵지 않게 해외 취업에 성공한 건 맞춤형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기술이 어느 나라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관련 기술 인력의 수요는 어떤지, 보수와 적응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지를 꼼꼼하게 따진 결과다. 이런 작업을 혼자 하기에는 벅차다. 그렇다고 만만찮은 수수료를 내고 헤드헌팅회사를 찾는 것도 버겁다. 이럴 때 유용한 게 K-Move센터다. 해외 구직자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

기술·어학·문화·생활 통합 교육
해외취업반 둘 대학 조만간 공모
1인당 800만원 지원금, 취업 보장
K-Move센터선 맞춤형 정보 제공

 정부는 최근 해외취업 촉진대책의 하나로 국가별·직종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예컨대 IT나 경영회계 분야에 강점이 있는 구직자에겐 미국을, IT와 자동차정비, 용접·배관기술자는 호주나 캐나다, 금융·무역·호텔·조리분야는 싱가포르나 홍콩, 보건의료와 고급엔지니어는 중동국가로 알선하는 형태다. 물론 비자취득이나 문화에 대한 교육도 받을 수 있다. 틈새고용시장을 공략하거나 신시장을 개척하고, 도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관련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숙련공이 유리하다.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는 청년에겐 만만찮다. 그래서 워킹홀리데이와 같은 형태로 경험을 쌓는 젊은이도 늘고 있다. 하지만 사기나 착취를 당하는 등 부작용도 많다. 기술습득과는 관련없는 농장일만 하다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청년을 위해 정부가 아예 대학을 만들기로 했다. 물론 독립대학은 아니다. 전국의 대학 안에 해외취업을 원하는 학생을 위한 해외취업반을 두는 형태다. 이른바 ‘청해진대학’이다. 이곳에선 기술과 어학, 문화, 생활정보를 통합해 교육한다. 일부 대학은 한국과 기술·인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국가의 주문을 받아 해당 국가가 원하는 특정 기술을 연마하는 과정을 운영한다. 도제형 교육이다. 물론 수료 뒤 취업이 보장된다. 조만간 대학을 상대로 공모에 들어간다. 선정된 대학에는 해외취업을 원하는 청년 1인당 80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비자취득과 취업을 연계한 턴키 지원을 해준다.

 신흥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중간관리자로 취업하려 하면 현지 멘토를 지원한다. 베트남이나 미얀마, 중남미와 같은 국가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연계해 해당국의 대학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미얀마는 양곤외국어대학, 베트남은 하노이문화대학, 인도네시아는 반둥공과대학에서 약 11개월 정도 교육을 받고 취업하는 형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박영범 이사장은 “청해진대학은 처음부터 해외를 정조준하고 맞춤형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적응과 취업을 원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잘 활용하면 해당국의 오피니언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