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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국회·대법·교육부와 사전협의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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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3일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발표는 국회·대법원·교육부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발표 당시 법무부는 “(사법시험의) 제도적 중요성을 감안해 사회 각계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대법 “법무부가 발표 20분 전 통보”
국회·교육부는 하루 전 전달 받아

 법무부가 관련법 개정 주체인 국회에 내용을 전달한 건 하루 전인 2일이었다. 김주현 법무부차관이 국회 이상민 법사위원장실을 찾았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조율은 무슨…. 법무부의 입장을 전달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법무부만의 입장을 공개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니 정부 내 입장을 정리할 논의기구를 만들라고 권유했다”고 했다.

 같은 날 법무부는 로스쿨 교육 주관 부처인 교육부엔 “내일(3일) 발표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일 아침에 보내겠다”고 통보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법사위 공청회 후 구체적으로 협의한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법조인 양성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대법원이 법무부 안을 전달받은 건 발표 20분 전이었다고 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불쾌한 건 차치하고 법무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며 “4년 유예는 문제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로스쿨이나 변호사단체 등 이해당사자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오수근 이사장은 “사전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도 “2주 전 법무부 관계자에게 발표할 내부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들은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발표 당시 기자들에겐 내용에 관한 언급 없이 ‘예고성·추측성 기사도 엠바고 파기로 간주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일방통행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법무부는 뒷걸음질쳤다. 4일 봉욱 법무부 법무실장은 다른 기관과의 사전 논의 여부에 대해 “협의를 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무부가 4년 유예안을 발표했기 때문에 앞으로 교육부·대법원·대한변협 등과의 논의 내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일 법무부 발표가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마지막 사시 1차 시험이 내년 2월”이라며 “혼란을 줄이려면 지금쯤 법무부의 입장을 공개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사시 존치에 긍정적이었던 한 새누리당 법사위 의원은 “완전히 벌집을 쑤셔놓은 꼴”이라며 “총선 전에 급하게 처리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장혁·이유정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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