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에도시대 ‘식인괴물’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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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전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680쪽, 1만5800원

사회파 미스터리로 이름난 저자의 이 최신작은 이색적인 장르소설이다. 에도시대 초기가 배경인데다, 거대한 식인괴수가 등장한다. 역사적으로 비교적 평화롭던 시절이지만, 극 중 서로 이웃해 있는 두 지역은 깊은 원한 관계다. 이 중 한 지역의 산간 마을 사람들이 정체불명의 참사로 대거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진다. 각기 다른 내력을 지닌 여러 인물이 생존자를 돌보거나 참사의 실체를 추적하는 일에 연루되면서 괴물의 존재가 조금씩 드러난다.

  이 괴물이 인간 사이의 불신이나 원한 같은 보편적 정서를 상징한다는 걸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저자의 탄탄한 묘사력은 괴수장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괴수의 난동, 이를 물리치기 위한 초자연적 해법 등이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그려져 장르소설에 기대하는 오락성을 충실히 구현한다. 다만 사건의 실마리를 정교하게 풀어내는 대신 쏟아내듯 마무리하는 결말에 대해서는 호오가 갈릴 듯 싶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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