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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파리 기후변화 총회엔 일회용 컵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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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황수연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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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사회부문 기자

지금 프랑스 파리에선 2020년부터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도록 하기 위한 다자간 협상이 한창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개막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가한 196개국은 ‘산업화 혁명 이전과 비교해 2100년 대기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데 동의한다. 이번 총회에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총회가 열리는 두 주간이 인류를 구할 마지막 기회’라는 비장한 목소리도 나온다. 뭔가 합의가 될 듯한 이런 분위기는 총회장 곳곳에서 감지된다.

 개막 당일 행사장에 도착해 보니 주최 측은 세계 각국에서 온 5000여 명의 기자를 포함한 참가자에게 기념 가방을 선물로 하나씩 돌리고 있었다. 참가자는 빨강·초록·남색 가방 중 하나씩을 고를 수 있는데, 색깔과 관계없이 가방엔 ‘이것은 스웨터였다(This was a sweater)’는 문장이 찍혀 있었다.

 행사요원에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그는 “이 가방들은 헌 스웨터로 만들었다. 총회 기간에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낡아서 안 입게 된 스웨터 한 벌에서 이런 가방 세 개가 나온다고 했다. 낡은 스웨터 8000여 벌이 4000m 길이의 원단으로 바뀌어 2만5000개의 가방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이다. 가방 안엔 플라스틱 물병이 하나씩 담겼다. “일회용 용기에 담긴 생수를 사먹지 말고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마시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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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 카페테리아에선 재활용 컵을 사용한다. 컵을 반납하면 냈던 1유로를 돌려준다(왼쪽 사진). 참가자들은 일회용 생수를 사 먹는 대신 주최 측에서 나눠준 투명한 물병을 이용해 물을 마셨다. [파리=황수연 기자]

 실제로 행사장 곳곳에선 일회용 용기를 보기 어려웠다. 카페테리아에선 커피를 일회용 종이컵 대신 플라스틱컵에 담아줬다. 컵 보증금으로 1유로를 별도로 받고 나중에 컵을 반납하면 돌려줬다.

 이번 총회엔 4만여 명이 참가했다. 그럼에도 플라스틱컵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은 보기 힘들었다. 카페테리아 직원 로드니(30)는 “회수된 컵은 모두 재활용한다”고 말했다.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커피와 차는 모두 유기농이었다.

 주최 측은 행사 일정 등을 종이에 인쇄해 나눠주는 대신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온라인을 통해 참가자들이 확인하도록 유도했다.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종이 쓰레기는 제지회사로 보내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회의장 부스 설치에 쓰인 목재는 사후에 저소득층을 위한 가구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게 된다. 행사장을 채운 의자·탁자 등은 공공도서관이나 학교 등에 기부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중앙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 주최의 다양한 국제행사가 열린다. 이번 총회의 성공 여부를 떠나 우리도 이런 친환경적 운영을 배웠으면 좋겠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세계 7위다.

글·사진=황수연 기자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