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치적 외풍에 좌고우면하는 검찰은 보고 싶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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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수남 검찰총장이 어제 취임식을 갖고 2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바른 검찰’을 목표로 제시했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법질서 훼손 사범에 대한 엄정 대응 ▶공정하고 일관된 법집행 ▶겸손한 근무자세 ▶검찰 혁신 ▶공직자로서 청렴성 유지 등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그의 다짐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역대 검찰총장들의 사례를 볼 때 시작은 창대했지만 그 끝은 초라했던 적이 많았다. 1988년 임기제 시행 이후 임명된 17명의 검찰총장 중 7명만이 임기를 채운 것만 봐도 그렇다.

 김 총장 역시 임기 내내 번민과 고통의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다분하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다음 대선 직전까지 이어질 임기 동안 그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한 신뢰회복을 위해 그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대구 출신인 김 총장은 수원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통합진보당 사건과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등을 처리한 이력이 있다. 이로 인해 그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임명됐을 때부터 야당에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앞으로도 검찰의 사건 처리를 놓고 정치적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채동욱 혼외자 파문 등으로 어수선했던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치적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박한 평가를 받았다. 검찰 내부에서도 “1%도 채 안 되는 정치적 사건 때문에 검찰이 욕을 먹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검찰총장은 특정 정파의 일원이 아닌 국가의 핵심 공직이다. 따라서 오직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람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사물을 다르게 본다”는 말처럼 김 총장도 국민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봤으면 한다. 국민을 위한 바른 검찰의 성공 여부는 정권이 아니라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검찰이 정치적 외풍에 좌고우면하는 무원칙한 모습을 국민이 더 이상 봐야 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