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요우커(遊客)에게 물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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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라에서 관광산업을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하면서 더 많은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 외교에 힘을 쓰고 있다. 한국 정부의 관광산업 핵심은 요우커(遊客 중국 관광객)유치이다. 관광산업의 큰 손인 요우커를 모셔오기 위한 입국 비자 면제 등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지난여름 한국 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 증후군)만연으로 요우커들이 일본으로 방향 돌려 한국 관광산업이 큰 위기를 겪었다. 이제 메르스가 종식되고 요우커들이 다시 찾아 와 관광 산업이 활기를 띄고 있는데 요우커들이 주로 찾아 가는 주요 면세점의 특허 취소 등으로 관광업계가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한국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의 특허를 5년에 한 번씩 원점에서 재검토하다 보니 20여 년간 계속해 온 서울의 주요 면세점의 일부가 퇴출된다. 오랜 기간 동안 요우커들의 단골이 된 면세점이 뚜렷한 명분 없이 국내적 논리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요우커들에게는 황당한 일이다.

얼마 전에 중국에서 온 지인을 안내하여 시내 면세점을 찾았다. 면세점의 판매원은 과거와 달리 중국어에도 능통하고 요우커들에게 매우 친절하였다. 그리고 요우커들이 사고 싶어 하는 물건을 잘 설명하여 구매로 연결시키고 있었다.

그렇지만 쇼핑 환경은 상당히 열악해 보였다. 많은 요우커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좁은 공간의 매장 안은 마치 시장 통 같았다. 요우커들이 쇼핑을 끝내고 다른 일행의 쇼핑을 기다려야 할 경우 마땅히 쉴 공간이 없었다. 물 한잔 제대로 얻어 마시지 못하고 쇼핑에 피곤한 몸을 면세점 통로 바닥에 주저앉아 쉬는 요우커들이 많았다. 럭셔리 쇼핑을 하러 온 요우커들에게는 매우 민망한 일이다. ‘관광은 쇼핑이다’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국내 면세점은 매상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쇼핑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되도록 여유롭고 안락한 공간을 준비해 두는 배려가 아쉬웠다.

차츰 면세점이 취급하는 물건이 다양하여 백화점 같은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내에서 식사 휴식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듯이 요우커들의 백화점인 면세점이 좀 더 쾌적한 분위기로 바뀌기 위해서는 면세점의 무한경쟁을 이끌어 내야 한다. 요우커들을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오우커들에게 환원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인 요우커들에게 유리하고 길게 보면 한국 관광 산업의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다르다. 요우커들의 선호에 관계없이 요우커들에게 잘 알려진 면세점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다든지 문을 새로 연 면세점이라도 5년 후에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대륙의 기질을 가진 요우커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극히 한국적인 모습이다.

면세점 특허 연장의 기준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앞으로는 면세점 판매원의 친절성과 매장의 쾌적성 등 다방면에 걸쳐 요우커들의 평가를 참고하여 결정할 것을 권하고 싶다. 요우커 천만시대를 앞두고 관계 당국의 장기적 안목과 함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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