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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위안화 굴기, 잘 다루면 한국엔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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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 위안화의 굴기가 시작됐다. 예정대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어제 집행이사회를 열고 중국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확정했다. SDR은 현찰은 아니지만 IMF 회원국이 유사시 쓰는 긴급 자금으로 달러·유로·엔·파운드 4개 통화로 구성돼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를 만든 선진국 중심의 통화동맹이라 할 수 있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신흥국으로선 처음이란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위안화는 지분율 10.92%로 파운드(8%)·엔(8%)을 제치고 달러·유로화에 이어 세계 3대 기축통화 자리에 올라섰다. 달러가 주도하던 글로벌 외환시장에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했다는 의미다. 미국의 속내도 편치 않아 보인다. 위안화 편입 시기가 10개월 뒤인 내년 10월로 미뤄진 것이나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위안화 지분이 줄어든 것은 다 미국의 불편한 심기가 작동한 결과라는 게 국제금융계의 관측이다.

 숙원하던 기축통화국 지위를 얻었지만 중국이 갈 길은 멀다. 국제금융시장의 규모·실적에 비해 중앙은행의 투명성이나 시장 자율성은 국제 수준에 못 미친다. IMF의 이번 결정을 놓고 “중국이 아니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정부와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의 그립을 좀 더 느슨하게 쥐고 개혁·개방·자율화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대응도 치밀해져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유커 증가 등은 우리에겐 기회다. 위안화 수요·결제가 크게 늘어나면 달러 의존도를 낮춰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부진해 환율 조작 등의 유혹에 넘어갈 경우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은 걱정이다. 위안화 굴기가 우리에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위안화 허브 전략을 통해 강한 위안화의 과실을 충분히 누리되 아시아 지역의 ‘위안화 블록화’ 등 예상되는 이슈가 우리 산업과 원화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따져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