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인정되는 사회 돼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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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4일 오후 7시 안동의 한 예식장. 회원 15명이 하나 둘 모여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탁자에 둘러앉자 강의가 시작됐다. 주제는 ‘경북 북부지방의 정체성, 무엇을 버리고 가꿀 것인가’.

강사로 나선 안동대 김희곤(50.사학과)교수는 1894년부터 1945년까지 퇴계학맥의 독립운동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민족의 수난기 퇴계학맥의 대응 양상에서 어느 정도 이 지역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퇴계의 학맥을 이어받은 많은 인물이 1700~1800년대 정계 진출이 막히면서 인간.학자의 도리 등 도덕과 대의명분을 중시하게 됐다"며 실례를 들었다.

그는 "이같은 입장이 후세에 독립운동과 나라 바로 세우기로 이어졌고 저항과 건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지도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숱한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이 지역에 사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강의를 마쳤다.

2시간의 강의 뒤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하나의 정파(政派)가 지배하면서 빚어진 경북의 보수성.폐쇄성이 거론됐다. 사고(思考)와 정치의 다양성 등을 인정하지 않는 지역 분위기는 질타의 대상이었다.

다양성.다원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주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작은 공부모임' 회원들. 이 모임은 안동.의성.봉화.예천.영덕 지역의 기업인.치과의사.대학교수.시민단체관계자 등 20명이 '다양성'을 화두로 매주 화요일 공부하는 모임(정치사회 아카데미)이다.

회원 홍의락(49.기업인)씨는 "다양성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문가를 초청, 1시간씩 강의와 토론을 벌인다. 입학금 10만원을 내고 강의때마다 1만원씩 내 강사.식사비를 충당한다.

다음 주에는 '지방자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공부한다.

이 모임은 지난 3월부터 매주 화요일 공부를 해 유명해진 대구의 '화요공부모임'의 영향을 받아 구성됐다.

화요공부모임에서 활동한 회원 홍씨가 "너무 유익하다"며 모임을 주도한 것이다.

홍씨는 화요공부모임에 참여하는 영남대 김태일(49.정치외교학과)교수와 같은 대학 친구 사이다. 두 모임은 '다양성'을 지향하는 성향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지지조직'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회원들은 그러나 "한반도의 생존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다양성을 추구할 뿐 노무현 정부를 지지하는 모임은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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