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 법안 2개, 경제민주화 법안 ‘딜’ 하며 숨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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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유철(왼쪽)·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한·중 FTA·예산안 처리를 위한 ‘3+3 회동’에 참석하며 인사 나누고 있다. 회의에는 원내 지도부, 여야 상임위 간사 등이 참석했다. [조문규 기자]

여야가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수순을 밟는다. 야당 의원총회에서만 뒤집어지지 않으면 한·중 FTA 비준안은 모양새 좋게 합의 처리될 수 있다. 하지만 “FTA 비준안을 30일 의원총회에 보고한다”는 야당의 확답을 받기까진 진통이 컸다.

여야 ‘4+4 쟁점법안’ 진통 끝 조율
여당은 의료기관 해외진출 길 열고
학교옆 관광숙박시설 허용 얻어내
야당은 ‘남양유업법’ 관철해내

 FTA에 다른 현안을 붙여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야당이 전선을 쟁점 법안으로 확대하면서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내내 법안을 갖고 씨름했다. 심야협상 끝에 여당이 요구하는 경제활성화법 2개와 야당이 원하는 경제민주화법 가운데 일부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30일 한·중 FTA 비준동의안 합의 처리문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여당은 30일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앞서 야당이 요구하는 쟁점 법안 가운데 여야가 합의한 법안들에 대해 12월 1~2일, 9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통과시킨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써주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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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각 당의 보고와 추인절차가 있어 어떤 법안이 합의됐고 안 됐다고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원샷법(기업 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등 합의되지 않은 법안들은 상임위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야는 의견이 접근한 법안 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양당 정책위 관계자들은 여당에서 제시한 경제활성화법 2개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과 관광진흥법안, 야당이 요구한 법안은 대리점 공정화법안 등이라고 한다.

  대리점거래 공정화법안은 ‘남양유업 사태’ 이후 발의된 법안으로 본사가 대리점에 강제로 밀어내기를 할 경우 손해액의 세 배 범위 내에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상당 부분 여야의 의견이 모아진 상태다. 여야는 오전부터 세 차례로 나눠 법안 협상을 진행했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2차 접촉 이후인 이날 오후 5시45분쯤 기자들과 만나 “한·중 FTA 통과 시점은 예산과 법안을 포함한 나머지 부분의 ‘정치적 균형점’이 확보되는 때에 통과 여부를 저희(야당)가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FTA를 통과시키는 데 ‘경제적 균형점’을 따져야지 ‘정치적 균형점’이 왜 나오느냐”고 반발했다. 하지만 야당이 세 번째 접촉에서 ‘정치적 균형점’을 처음 마주했을 때보다는 낮추고, 여당이 야당 요구안에 일부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여야는 이날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중점 법안 4개씩을 협상테이블에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관광진흥법안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기업 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을 내밀었다. 야당은 ▶전·월세 임대차 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 보호법안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안 ▶대리점거래 공정화법안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등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안 등 ‘경제민주화법’ 처리를 강조했다.

 ◆한·중 FTA 대책은 큰 틀에서 합의=한·중 FTA 비준안 통과를 위한 걸림돌이었던 무역이득공유제는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농어민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만들어놓은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기금의 수혜 대상에 농어민을 넣는 방법이다. 세제 혜택이 있는 기존 기금에 다른 대상을 끼워넣기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야당이 100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했던 밭농업직불금은 60만원(현행 헥타르(㏊)당 25만원)으로 올리고, FTA로 인해 가격이 떨어진 농작물에 대해 하락한 단가의 90%만큼 보전해 주는 피해보전직불제는 95~99%로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글=박유미·위문희 기자yumip@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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