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자사주 매입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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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들어 안팎으로 악재에 시달려 주가가 신통치 않았던 SK텔레콤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SK텔레콤은 발행주식의 3%(2백54만여주)를 오는 28일부터 9월 27일까지 매입해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5천여억원의 돈을 투입해 주가를 띄우고 시가총액 2위주로서의 명예도 되찾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말 투자자의 기대와 달리 IMT-2000(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뒤 주가가 33개월 만에 하한가로 추락했다. 이어 3월 중순 이후엔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가 터지면서 SK글로벌을 지원할 것이란 우려로 주가가 부진했었다.

자사주 매입에 대한 시장의 첫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5일 SK텔레콤 주가는 4천5백원 오른(2.2%) 20만7천5백원을 기록했다.

동원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연초 자사주를 5% 매입한 데 이어 3%를 더 사면 주식수가 줄면서 SK텔레콤의 올해 주당순이익 전망치는 당초 2만4백여원에서 2만2천여원으로 8% 늘어난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이정철 박사는 "최근 SK글로벌 사태 등과 관련해 심리적 동요가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SK텔레콤이 최근 위성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에 7백48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다음달 말 발표될 SK텔레콤의 2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선 SK텔레콤의 자사주 매입이 SK글로벌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사주 매입으로 SK텔레콤의 주가가 오를 경우 SK글로벌이 자구안에 따라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 일부(1백43만주)를 팔면서 더 많은 차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이미 공표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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