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장모님은 씨암탉 대신 청심환 주셨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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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 여성과 결혼했으니 제겐 한국이 제2의 고향입니다. 흑인 영화배우와 한국 여성의 결혼이라고 별나게 생각지 마시고 그냥 사랑하는 두 남녀의 결합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처가가 한국에 있으니 앞으로도 자주 오겠습니다."

지난 14일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 웨슬리 스나입스(41)가 25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화가로 활동 중인 니키 박(31.한국명 박나경)과 결혼한 그는 이번에 처가 방문차 한국을 찾았다.

그의 장인은 이미 알려진 대로 '사랑이 뭐길래''엄마의 바다'등 인기 드라마를 연출했던 박철(65) 전 MBC PD. 입국 이후 제주 신라호텔에서 머물렀던 그는 사생활 보호 때문에 취재 요청을 거절해오다 이날 첫 공식 인터뷰를 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한국말 인사로 말문을 연 스나입스는 이날이 한국 전쟁 발발 53주년이라는 사실을 의식한 듯 "참전 용사들의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내 朴씨를 만나게 된 과정을 묻자 "큐피드의 화살과 하느님의 축복으로 만나게 됐다"며 "만남이 소중한 만큼 우리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다"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그는 또 장인.장모가 흑인 사위 맞는 것을 꺼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딸 가진 부모라면 당연히 예민하게 받아들일 문제 아니냐"며 "지금은 친아들처럼 잘해 주신다"며 웃었다.

한국에서는 사위가 처가에 오면 장모가 씨암탉을 잡아준다고 말하자 "그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 장모님은 몸에 좋다고 우황청심원을 주시더라"고 말했다. 그의 출국 일정은 극비에 부쳐졌다. 스나입스는 귀국 후 9월부터 '블레이드3'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글=기선민,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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