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포 "불길 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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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세계적인 금연 바람에 미국의 유명 라이터 회사 '지포'의 불길이 꺼질 것인가. 복사기 업체 제록스가 복사기의 일반명사가 된 것처럼 지포는 라이터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나서 국제금연규약을 만드는 상황에 이르면서 이 회사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일단 매출만 놓고 보면 라이터 제조업은 사양산업임이 틀림없다. 이 회사는 올해 라이터 매출 목표를 1천3백50만달러로 잡고 있는데, 이는 최고를 기록했던 1996년에 비해 25%나 감소한 것이다. 올해 회사 전체 매출 목표도 1억4천만달러로 3년 전 매출과 같은 수준이다.

갈수록 나빠지는 영업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오너인 조지 듀크(49.창업자 조지 블레이스델의 손자)와 최고경영자(CEO) 그레그 부스는 한마음으로 영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라이터만 팔아서는 생존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포는 라이터 외에 양초.바비큐 그릴.벽난로 등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가죽제품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0년까지 담배와 관련된 제품의 매출을 전체 매출의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지포는 10년 전에 인수한 칼 제조업체 '케이스'사를 통해 주방용품 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으며, 앞으로 다른 기업의 합병도 모색 중이다.

회사 측은 금연 바람이 아무리 강해도 이 세상에서 담배가 그리 쉽게 자취를 감추기는 어렵다고 보고 신제품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휘발유 냄새를 싫어하는 고객들을 위해 하나에 50달러쯤 하는 부탄가스 라이터를 선보인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지포는 또 개당 13달러에 불과한 기본형 라이터에 대해서도 고장이 나면 평생 무상 수리를 해주면서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이동식 히터나 횃불 등 신제품도 계속 내놓을 방침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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