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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상천외 세금체납…골프장 클럽하우스 금고에 2억, 전원주택 아궁이에 6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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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체납자 재산추적조사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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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국세청은 경기도에 있는 호화 전원주택 수색에 나섰다. 100억원대에 이르는 양도차익을 낸 서모씨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자 체납액을 징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본인 소유의 부동산 경매로 수십억원을 배당 받았으나 자금세탁과 현금 인출을 통해 현금화한 고액을 가지고 있었다. 국세청 직원들이 예고없이 전원주택에 나타나자 서씨는 부리나케 가마솥 아궁에 돈 가방을 감췄다. 온 집안을 샅샅이 수색하다 포기할 무렵 국세청 직원 한 명이 아궁이를 무심코 들여다봤더니 검은 가방이 보였다. 손을 집어넣어 끌어낸 가방을 열자 5만원짜리 돈다발과 미화 100달러 다발이 쏟아져나왔다.

 국세청은 골프장 클럽하우스 금고와 전원주택 아궁이 등에 돈을 숨기는 등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은닉한 재산을 찾아내 올 1~9월 2조3000억원을 징수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이들 고액ㆍ상습체납자 2226명의 신상정보를 국세청 누리집(www.nts.go.kr)과 세무서 게시판 통해 전격 공개했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3조 7832억 원으로 1인(업체)당 평균 17억원, 개인 최고액은 276억원, 법인 최고액은 49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재산을 은닉하다 국세청의 추적에 덜미를 잡혀 체납을 추징당했다. 골프장 클럽하우스 금고에 2억원 은닉한 체납자도 적발됐다. 골프장을 경영하는 김모씨는 주주간 이권 다툼으로 경영이 부실화돼 고액 체납이 발생되자 골프장 그린피를 현금 위주로 받아 체납처분을 회피했다. 골프장은 카드매출 압류를 회피하기 위해 그린피 현금결제를 유도해 현금은 은행에 입금하지 않고 클럽하우스 내 사무실의 금고에 보관하며 운영비로 지출했다.

 이런 정보를 입수한 국세청은 골프장 이용객이 몰리는 토ㆍ일요일 다음날 금고에 현금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월요일 업무시작에 맞춰 사무실 현장 수색을 실시했다. 사무실 내 금고 4개와 캐디 사물함, 책상서랍 등에 분산 보관 중이던 현금 2억원을 압류 조치해 체납액에 충당했다.

 또 타인 명의 미등록 사업장에 고가예술품을 숨겨놓고, 지인 명의를 빌려 부동산 매매대금 은닉하거나 허위근저당권 설정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들이 줄줄이 적발됐다.

 체납자의 연령은 주로 40~50대, 지역은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수도권, 체납액 규모는 5억~30억 원 사이가 가장 많았다. 명단공개자는 개인 1526명, 법인 700명이었다. 개인 최고액은 법인세 미납 등으로 276억 원을 체납한 박기성 전 ㈜블루니어 대표로 나타났다. 법인은 도소매업을 하며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등 490억원을 체납한 씨앤에이취케미칼 주식회사 대표 박수목씨였다. 명단 공개는 국세기본법에 따라 체납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국세가 5억 원 이상인 체납자의 성명ㆍ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액의 세목ㆍ납부기한 및 체납요지를 밝히도록 돼 있다.

김동호 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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