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벤처기업 본격 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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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부가 한계 벤처기업을 정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달려 고전하고 있는 벤처기업을 쉽게 인수.합병(M&A)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 대책을 마련하고, 이르면 다음달 정부 입법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 간의 합병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며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 벤처기업의 유망한 기술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협회 고위 관계자는 24일 "산업자원부와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는 벤처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벤처기업 M&A 촉진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며 "정부가 법을 마련해 벤처기업의 퇴출 시스템을 만들 경우 벤처기업의 경영 건전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마련할 방안에는 부실 벤처기업을 퇴출시키는 대신 퇴출 벤처기업이 갖고 있는 유망한 기술을 동종업체 등에 매각해 기술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고 세제 혜택도 주기로 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또 주식 맞교환을 통한 방식의 M&A에 대해선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살릴 필요가 있는 벤처기업엔 창업투자회사가 일시적으로 경영권 지배를 목적으로 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청은 이에 따라 조만간 M&A 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해 벤처기업 활성화 위원회에 올려 이를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발족한 벤처기업활성화위원회는 산자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해 경제부처 차관급 17명, 벤처기업협회장 등 민간위원 4명 등 모두 22명으로 구성됐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내수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코스닥 등록 기업 가운데 40% 이상이 추가 자금 지원이 없으면 경영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는 등 벤처기업의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부실 벤처기업의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지난 23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참여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방향 '을 토대로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24일 새로 펼칠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놨다.

지원책에 따르면 정부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간을 한정(지원책 일몰제)해 중소기업의 독자 생존 경쟁력을 높이고▶소상공인지원센터의 운영권을 지자체로 넘기며▶벤처기업의 M&A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덜어 주기 위해 경제계에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제도를 같이 수용토록 유도하고 보충역 산업기능요원을 제조.생산분야 외의 운송.판매.정보화 분야 등에도 투입키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혁신형 중소기업 2만개를 만들어 신기술.신산업의 성장엔진으로 육성 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청은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 육성정책을 지양해 자율적인 경쟁을 촉진하고 지역중심형 협력.경영성과와 연계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중소기업 지원책을 새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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