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 채권' 48억짜리가 휴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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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영완씨의 채권 때문에 사채시장이 떠들썩하다.

지난해 3월 말 그의 저택에서 강탈당한 90억원대의 채권이 풀리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강탈당한 채권 가운데 액면가 47억8천만원어치의 증권금융채권은 한덩이로 굴러다녔다. 장물 처리업자와 사채업자를 몇차례 거쳐 D사 대표 金모씨에게 건너갔다.

金씨는 다시 모 법무사사무소의 사무장인 李모씨에게 팔았고 이후 채권은 명동의 S채권투자회사의 손에 들어갔다. S사는 지난해 5월과 올해 3월 두번에 걸쳐 27억9천만원과 19억9천만원으로 나눠 사업가 許모씨에게 팔았다.

許씨가 이들 채권을 얼마에 구입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실제 가치는 적어도 6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사채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구입자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묻지마 채권'이어서 액면가보다 훨씬 비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이 장물이라며 채권 압수에 나서면서 최종 구입자인 許씨만 하루 아침에 거액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억울하게 된 許씨는 지난달 채권 발행처인 한국증권금융원과 자신에게 채권을 판 S사, 원소유자인 김영완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金씨를 피고로 세운 이유에 대해선 "金씨가 강탈당한 채권 일부만을 신고했기 때문에 사채시장에서 장물임을 알기 어려웠다"고 許씨 측은 설명했다.

金씨가 강탈당한 채권 중 30여억원어치는 아직 행방이 밝혀지지 않았다.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전진배.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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