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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드론의 모든 것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요즘 들어 공원에서 신기하게 생긴 비행물체를 하늘에 띄우고 노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매니어들의 취미 활동으로만 알려진 드론(Drone)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든 것입니다. 비행금지구역이나 실내에서 드론을 날리는 경우도 있어 오죽하면 ‘드론 금지’라 쓰인 안내문이 붙은 곳이 있을 정도죠.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소중이 드론의 모든 것을 파헤쳤습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연날리기를 즐겼던 것처럼, 어쩌면 먼 미래에는 드론을 날리는 우리의 모습이 풍속의 하나로 기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3개 이상 프로펠러로 자유 비행 무기 출신 드론, 인명 구조까지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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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드론 택배를 선보인 DHL의 택배용 드론.]

작은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며 비행물체를 하늘에 올려 보냅니다. 공중에 솟구쳐 자유자재로 비행하는 모습이 UFO(미확인 비행물체)를 연상케 합니다. 드론은 무선전파로 조종하는 무인 항공기입니다. 사람이 탑승하는 대신 기계 스스로 소리를 내며 힘차게 날아다니죠.

3개 이상의 프로펠러를 가진 비행물체를 드론이라 합니다. 카메라를 달아 공중 촬영을 할 수도 있고 센서를 부착해 미리 입력한 항로(공중의 통로)를 통해 이동하게 하는 것도 가능해요. 수백 만원에 달하는 비싼 드론도 있고, 우리가 갖고 놀 만한 값싼 드론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아는 드론은 정확히 말하자면 ‘멀티콥터’라 불러야 맞습니다. 헬리콥터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프로펠러의 수가 많다는 것이 달라서죠. 보통 헬리콥터는 2개의 프로펠러만 있어도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공기역학(움직이는 물체와 관련된 공기의 응용·연구 학문)적인 측면으로 보면 프로펠러가 여러 개일수록 효율이 떨어진다고 해요. 하지만 프로펠러가 많으면 드론 몸통의 구조가 간단해져 비행을 하는데 무리가 없고, 자세를 제어하는 것도 쉬워지기 때문에 3~4개 이상의 프로펠러를 다는 것입니다.

비행물체가 공중을 날려면 3개의 축이 필요합니다. 3차원 공간에서 방향 전환을 하려면 가로축·세로축·수직축이 서로 회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도(평균 해수면을 0으로 해 측정한 물체의 높이)를 변경하려면 가로축을, 선회(진로를 바꿈)할 때는 세로축을, 선회시 진행방향을 조절하려면 수직축을 조절해야 하죠. 전투기가 곡예비행을 하거나 우주선이 지구 밖에서 움직이는 활동 모두에 이 원리가 사용됩니다. 드론도 마찬가지인데, 프로펠러가 많아질수록 3개의 축과 자세를 제어하는 프로그램 입력(코딩)이 쉬워져 드론의 모습이 지금의 형태를 갖춘 것입니다.

또 헬기보다 작고 가벼운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려 있기 때문에 안전사고도 잘 예방할 수 있습니다. 프로펠러 수가 많아 플라스틱 재질로 가볍게 만들어도 비행하는 데 무리가 없고, 그만큼 사람 몸에 부딪혀도 큰 피해를 주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고장날 확률도 적습니다. 단순한 몸체에 프로펠러 달린 모터와 작은 센서만 있으면 돼 기계적 구조가 간단하니까요. 몸체에 깨진 곳이 없는지, 양쪽 무게중심이 맞는지만 확인하면 드론을 날리는 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심현철 카이스트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드론의 작동 원리는 프로펠러의 회전 수를 조종해 프로펠러가 빨리 돌게 하는 것”이라며 “빨리 돌면 힘이 붙어 그 방향으로 몸체가 기울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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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대표적인 군사용 드론 프레데터. 2 미군의 드론 조종 훈련실. 미국 본토의 작전통제실에서 전 세계의 드론을 움직일 수 있다.]

20세기 초 군사용 무인 항공기로 개발돼

21세기 신기술인 것처럼 생각되는 드론의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20세기 초 군사용 무인항공기로 개발된 것이 시초입니다.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기를 통틀어 드론이라 부르죠. 드론이라는 이름이 붙은 계기는 1935년 영국에서 사람이 타는 전투기인 ‘타이거 모스’를 원격조종으로 개조하면서 ‘여왕벌(Queen Bee)’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 시초라 알려져 있습니다. ‘붕붕~’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모습이 벌과 비슷해 수펄을 뜻하는 드론이란 단어가 이름이 된 셈이죠.

전쟁에 쓰이는 비행물체에 사람이 타지 않을 때 생기는 장점은 많습니다. 사람이 탑승하는 공간에 더 많은 무기를 넣어 공격력을 높일 수도 있고, 반대로 빈 공간만큼 부피를 줄여 피탄면적(총알 등 탄에 맞을 수 있는 면적)을 최소화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죠. 조종사의 사망 위험도 없앨 수 있습니다. 전쟁 중 전투기가 파괴되면 조종사도 함께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데, 무인기의 경우 그런 위험이 없어 몸체만 다시 만든다면 언제든 전투에 투입시킬 수 있는 것이죠. 또 사람이 타지 않는 100% 기계로 이뤄진 덕분에 공중에서 빠르고 기묘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람이 타고 있을 때 비행물체가 빠르게 움직이면 중력이 몇 배로 강하게 느껴지는 원심력이 발생해 기절할 위험이 생기는데 드론은 그럴 염려가 없어요.

어느 정도 이상의 군사력을 갖춘 세계 각국에서는 이런 이유에서 드론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은 7500대 이상의 드론을 운용하고 있어 세계 최다 드론 보유국이 됐습니다. 이스라엘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드론 기술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도 합니다. 이란은 2000㎞ 거리 내에서 드론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서는 정찰용이 아닌 공격형 드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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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에 카메라를 장착하면 공중에서 촬영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주목받아

드론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원자력 발전소의 잔해 위로 드론이 움직이며 상황을 정찰하고 인명을 구조하며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이때부터 드론의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2013년에는 미국 최대 쇼핑몰 업체인 아마존닷컴이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해주는 ‘프라임에어’ 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택배 직원이 직접 발로 뛰며 물건을 나르던 것을 드론이 대신 하는 것입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에서도 드론 택배업에 관심을 보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드론 사업을 차세대 미래사업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역시 드론을 활용해 무선인터넷을 보다 넓은 지역에 보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문·방송 분야에서도 드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드론에 카메라를 붙여 각종 사건·사고 현장이나 스포츠 경기를 드론으로 촬영하는 ‘드론 저널리즘’이란 말이 생길 정도입니다. 이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10개 대형 언론사에서는 재난사고 발생 시 드론을 활용해 현장을 취재하는 시스템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10만원 이하의 초저가 드론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공원에 드론을 들고 나가 가족사진을 찍거나 취미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덕분에 드론이 안겨다 주는 경제적 가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심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형성된 드론 시장의 경제 규모는 7조원이 넘으며, 10년 후에는 2배로 늘어날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거대 드론 기업 DJI는 최근 4년 동안 매출이 1000억원 이상 증가했고, 국내에서도 다양한 드론 기업들이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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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열린 드론 레이싱 챔피언십에서 참가자들이 드론을 날리고 있다.]

다만 몇 가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일단 드론을 택배 용도로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직 드론은 항공기로 취급받고 있어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하기엔 제약이 있습니다. 안전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취미로 날리는 드론은 몸체 크기가 작고 프로펠러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 사람과 부딪혀도 큰 피해를 입히지 않지만, 물건을 나르거나 무거운 카메라가 달린 커다란 드론이 추락하게 되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몰카’를 찍거나 테러 용도로 드론이 사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올해 초 일본 총리 관저에 드론이 추락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심 교수는 “장거리를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드론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되는 중”이라며 “드론에 구명튜브를 붙여 바다에서 인명을 구조하는데 사용하거나, 농사를 지을 때 비료·농약을 뿌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세계적으로 드론의 시대가 찾아올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도움말=심현철 카이스트 항공우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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