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5를 참되게 승화하는 길

중앙일보

입력

6.25전쟁 53주년을 맞는 오늘의 우리는 아직도 전쟁의 상흔을 씻지 못한 채 남남갈등이라는 새로운 혼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보상으로는 북핵위기로 말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 전쟁위협을 느끼고 있다. 6.25가 여전히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 착잡하기만 하다.

이 전쟁으로 한반도에서 생명을 잃은 남북한 및 외국인 인명피해가 무려 1백60여만명이었다. 부상자는 2백60여만명이었다. 실종.포로.납북자.이산가족의 수도 그에 못지 않았다. 바로 이런 무시무시한 희생의 터전 위에서 오늘의 우리가 살고 있다. 우리가 그 어떤 나라보다 평화를 왜 더 소중히 갈구하고 추구해야 하는가는 이 참혹한 희생자의 수만 봐도 너무 자명해진다.

평화 유지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평화를 파괴하려는 적(敵)의 실체를 알아야 하고, 그 무장력을 압도하는 군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내부 분열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적이 화평을 청한다. 적은 우리를 손금 들여다보듯 하면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한편으론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선동을 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어떤가.이 땅의 이른바 평화통일론자들 상당수가 북핵사태와 관련해 주로 미국의 호전성만 비난하지, 북한에 대해선 이렇다할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남남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까닭이다. 이래선 참된 평화가 이 땅에 정착될 수 없다. 북핵사태가 전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한 목소리로 북한의 핵개발은 안 된다고 말할 때 북한도 생각을 달리할 것이 아닌가. 그것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호국영령과 원혼의 명복을 진실로 비는 우리들 산 자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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