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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韓 '오른손 정통파'vs日 '파워 히터'…편견 깨진 한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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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은 사진=중앙포토]

 
한·일전으로 치러지는 19일 '프리미어12' 4강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선발 투수로 이대은(26·지바 롯데)을 내세웠다. 김인식(68) 대표팀 감독은 역대 한일전 필승 공식인 '왼손 투수'가 아닌 최고 시속 155km를 던지는 '오른손 정통파 투수'를 선택했다.

프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처음 참가한 1998년 이후 일본과의 상대전적은 16승13패로 우리가 다소 앞선다. 그러나 일본은 아시안게임 등 비중이 작은 대회에 프로 2군, 사회인 야구 선수를 출전시킨 결과다.

두 번의 올림픽(2000·08년)과 두 번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6·09년)에서는 실질적인 베스트 멤버가 맞붙었다. 특히 최근 대회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지역 예선 포함)과 2009년 WBC에서 8번의 한일전을 치르는 동안 한국은 모두 왼손투수(김광현 3번, 봉중근 3번, 전병호·장원삼 1번)를 선발로 던지게 했다. 한국은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4승4패로 좋은 성과를 냈다. 선발 투수의 호투가 승리로 이어진 경우가 많아 한·일전의 '왼손 투수 필승론'은 힘을 얻었다.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투수를 일본 프로야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어 타자들이 낯설어 하고, 전통적으로 왼손 타자들이 대표팀 타선에 많았던 것도 이유였다. 이런 결과가 쌓여 자신감이 생겼고, 이는 심리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그래서 한국은 일본전에는 고집스럽게 왼손 선발 투수를 내보낸다. 프로 2군(아시아선수권, 대륙간컵 등)이 출전하는 대회는 물론이고 대학·고교생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 역시 지난 8일 일본과의 개막전 선발로 김광현(27·SK)을 내세웠다. 그러나 김광현이 2와3분의2이닝 동안 안타 5개에 2점을 내주고 조기 강판하자 고민이 커졌다. 불펜 필승조로 나서고 있는 왼손 투수 차우찬(28·삼성)의 선발 기용도 고려했지만 고심 끝에 이대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본 역시 이번 대회에서 전통적인 스타일과 다른 팀 구성을 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세밀한 야구를 한다. 짧은 스윙으로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주자가 진루하면 번트 등 치밀한 작전으로 득점권에 내보낸다. 그렇게 착실히 점수 쌓아가면 승부를 내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쉽게 담장을 넘길 수 있는 거포가 부족한 것은 고민이었다. 그래서 한국에 비해 전력 앞서고도 맞대결에선 늘 아쉬움 남겼다. 고쿠보 일본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수비 포지션이 중복되더라도 장타력이 좋은 선수를 선발하는 데 큰 신경을 썼다. 나카무라 다케야(2015시즌 37홈런), 야마다 데쓰토(38홈런), 마쓰다 노부히로(35홈런), 나카타 쇼(30홈런), 츠츠고 요시모토(24홈런) 등 한 방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을 대거 타선에 포진시켰다. 한국의 박병호(넥센·54홈런), 이대호(소프트뱅크·31홈런) 등에 맞서 힘대 힘으로 대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결과도 좋았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매서운 장타력을 뽐냈다. 12개 참가 팀들 중 팀 타율(0.324)과 출루율(0.416)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나카타는 홈런 2개를 포함해 13타점을 올리며 타선을 이끌고 있다. 나카타는 역대 일본 대표팀 한 대회 최다 타점 기록(10타점)도 세웠다. 삼진을 7번 당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른 결과다.

도쿄=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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