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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비 수십억 해외 유용 의혹 ‘덜위치칼리지’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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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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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16일 압수수색한 서울 반포동 덜위치칼리지 서울영국학교의 전경. 검찰은 학교 측이 교비 일부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단서를 잡고 학교 관계자들을 곧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영국 런던에 본교를 둔 덜위치칼리지는 1인당 연간 학비가 3000만원이 넘는다. 지난해 기준 재적 학생의 25%가 내국인이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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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서울 강남에 있는 유명 외국인학교의 비리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수사는 2012년 재벌가 자제들의 부정입학 파문에 이어 외국인학교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페이퍼컴퍼니 동원해 탈세 의혹
2010년 개교 … 1년 학비 3000만원
총 592명 중 한국 학생은 25%
수도권 외국인학교 3~4곳도 수사

 1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전성원)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외국인학교 덜위치칼리지 서울영국학교의 교무처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사 3명과 수사관 등 10여 명이 수년치 회계장부와 학교 운영 기록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학교 측이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교비 수십억원을 해외로 유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압수수색은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수업이 종료된 오후 4시부터 진행됐다고 한다.

 이 학교는 연간 수업료만 2823만5000원(지난해 기준)으로, 스쿨버스와 기타 식비를 포함하면 1년 학비가 3000만원이 넘는다. 검찰은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세금 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운영비 등을 국외로 송금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덜위치칼리지는 영국 런던 동남부 명문사립학교인 덜위치의 서울 분교로 2010년 개교했다. 서울시가 매년 토지 공시지가의 1%가량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반포동 학교 부지를 50년간 유상 임대해주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재학생 수는 592명으로 이 중 25.5%가 내국인이다. 검찰은 이 학교 외에도 서울과 경기도 소재 외국인학교 3~4곳의 비리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외국인학교 설립은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른다. 외국인 자녀 또는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내국인 자녀가 입학 대상이다. 내국인 비율을 30%로 제한하고 있지만 교육감 재량으로 20%를 추가로 늘릴 수 있다. 현재 전국에서 47곳이 운영되고 있다. 영미계 학교의 경우 1년 수업료가 1500만~3000만원 선으로 ‘금수저 학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2012~2013년 인천지검 외사부는 외국인학교 9곳의 부정입학 비리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당시 부정입학 알선 브로커들이 학부모 47명에게서 1인당 4000만~1억5000만원씩 받고 외국 국적의 시민권 증서와 여권 등을 위조해 서울·경기도 소재 유명 외국인학교 입학 자격을 만들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부정입학으로 판정된 학생만 53명에 달했다. 덜위치칼리지도 학생 16명이 부정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에는 부정입학 사실이 드러난 학생들을 2년간 잔류시킨 프랑스 계열 하비에르국제학교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내국인 학생 모집 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 단계는 수사 초기로 학교 운영 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포착될 경우 부정입학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본지는 덜위치칼리지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학교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담당자와 연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글=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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