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파업시대] 兩노총 선명성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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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왜 이렇게 대형 파업이 잇따르는가.

노동계는 "한 시기에 집중해 투쟁함으로써 목소리를 높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얻는 과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전무는 "자동차 수십대가 한꺼번에 교통규칙을 어기면 경관이 아무도 잡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배손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선명성 경쟁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저변에 다소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裵위원은 "민주노총이 합법화된 뒤 대기업이 대거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철도나 공공 부문까지 가세하면서 한국노총의 위상은 급격히 왜소해졌다"고 진단했다.

잠잠하던 한국노총이 조흥은행의 파업을 진두지휘하고, 직장의료보험노조의 쟁의를 독려하면서 30일 전국 총파업을 예고한 것도 세력과시의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공무원노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공식 출범하면 초대형 노조가 된다. 이들이 어디에 가입하느냐에 따라 양대 노총의 세력판도는 결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노총으로서는 사활을 건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처럼 선명성을 부각하며 대정부 투쟁 대열에 나섰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한국노총은 24일 공무원노조법에 대해 입을 열었다. 노동3권을 전면 보장하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만들어 청와대와 행정자치부에 보낸 것이다.

한국노총은 또 조흥은행 파업이 타결된 지난 22일부터 '신의와 믿음을 상실한 흔들리는 갈대 정부를 고발한다'는 13회 분량의 시리즈를 기획, e-메일로 언론과 노동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이 시리즈물은 고용허가제와 비정규직의 동일노동.동일임금 문제 등 노동관련 정책뿐 아니라 대미관계.대북정책 등 현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고발성 기획으로 이뤄져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양대 노총은 결국 단위노조의 지지가 얼마나 탄탄한가에 사활이 달려 있다"며 "그런 면에서 단위노조를 도외시한 양대 노총 간의 세력다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특별튀재팀=김기찬.정철근.장정훈(이상 정책기획부), 이정재(경제부), 이영렬(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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