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따라 뒷북투자 "이젠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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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패턴이 달라졌다.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외국인투자자들을 따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개인들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하자 외국인의 매매 패턴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 사상 둘째로 긴 17일간 순매수 행진을 했지만 개인들은 순매도(판 금액-산 금액)로 일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이 같은 변화를 외환위기 5년여 동안 외국인을 쫓아다니다 손해를 보면서 느낀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개인들이 쫓아오지 않자 외국인들은 지난 23일 18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고, 24일에도 매도를 늘리면서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하락했다.

외국인과 반대로 매매한다=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그동안 개인들은 외국인이 우량주를 사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면 뒤늦게 매수에 가담해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는 뒷북 투자를 되풀이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개인들의 투자 패턴은 크게 달라졌다. 외국인들이 계속 매도하던 지난 3월 중순 개인들은 매수에 나서 4월 중순 종합주가지수를 600선으로 끌어올렸다. 개인들이 외국인들의 매물을 사들이며 주가를 상승세로 돌려놓은 것이다.

그 이후 개인들은 외국인들이 주식을 본격적으로 사들이자 반대로 대대적인 매도에 나섰다. 개인들은 지난달 종합주가지수 620~630선에서 팔기 시작해 연중 최고치(690.49)를 기록했던 지난 19일에도 '팔자'를 계속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개인들은 외국인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산 뒤 미리 판 경우가 많아 최근 장세에서 이익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 패턴 왜 달라졌나=개인들이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을 쫓아다니다 손해를 많이 봤던 경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개인들이 가장 많이 추격 매수에 나섰던 시점을 종합주가지수 750 전후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는 근 10여년간 종합주가지수 500~1000을 오갔다. 외국인들이 저점인 5백선에서 사들이기 시작해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면 개인들이 뒤늦게 매수에 가담했고, 그 시점이 대략 750선이었다는 것이다. 서울증권 박문서 연구원은 "개인들은 이런 투자 패턴으로 거의 이익을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습효과에 따라 개인들이 외국인 매매 동향보다는 펀더멘털 (경제의 기초여건)을 두루 살펴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백 이사는 "개인들이 외국인 매매 동향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는 종목을 고르는 실력만 좀 더 키우면 적지 않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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