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전후세대에 평화의 소중함 알리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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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조국의 평화와 가정의 소중함을 전후세대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잃은 유복자가 휴전 5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며 '38선 도보 횡단'에 나선다. 주인공은 유대지(54)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과장.

유과장은 24일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25일 오전 4시에 25일 강원도 양양 38선 경계선을 출발, 임진각까지 4백㎞를 30일간 걸어서 횡단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경찰관이던 아버지가 빨치산과의 교전 중 숨져 유복자로 태어난 뒤 어머니마저 잇따라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당연히 전쟁의 참상을 뼈저리게 느꼈고 다시는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에 젊은이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도보 횡단을 결심했다고 한다.

유과장의 도보 횡단은 처음이 아니다. 1994년에도 북핵문제로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백령도까지 휴전선 1백55마일을 도보로 횡단하면서 평화를 염원했던 것이다.

이번 도보 횡단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인천에서 중국 산둥(山東)반도까지 1백95마일을 모터보트로 건널 계획이라는 유과장은 "걸으면서 '아버지'를 실컷 소리쳐 불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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