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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예술가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 장애아동에게 있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청 시민청 시티플라자에서 열리는 ‘프로젝트 A 성과전’은 여러모로 뜻깊은 전람회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가 예술가의 재능기부를 받아 1:1로 장애아동 대상 미술 멘토링을 진행한 성과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여기에 더해 전람회를 찬찬히 돌아보면 뜻밖이라 할 정도로 신선하고 창의적인 작품세계를 느낄 수 있다. 7일 사인회 이벤트에 참석한 마리킴·아트놈·임지빈·라오미·홍원표 등 다섯 작가를 TONG이 만났다.

다섯 미술 작가의 장애 아동 멘토링
‘프로젝트A 성과전’ 15일까지 열려

1. 마리킴+곽준호(원천초, 자폐성 장애 2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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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준호 군의 멘토링을 맡은 마리킴 작가는 “준호는 저를 처음 만날 때부터 좋아해주었어요. 처음엔 오랫동안 앉아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림 그리는 것이 재미있다고 웃으면서 끝까지 그려요. 기특하고 대견합니다“라고 그간의 작업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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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킴의 멘티인 준호는 자폐성 장애 2급이다. 하지만 준호의 그림은 그 무엇보다도 밝았다. 준호의 그림은 대부분 물고기다. 물고기들의 특징을 잘 담고 있으면서도 독특하다. 그래서 그림들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계속해서 준호의 작품을 들여다보게 된다.

한편, 준호의 어머니는 “아이가 처음에는 작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잘 그리고자 욕심만 냈는데 이젠 과정을 더 즐겁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완성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고 섬세하게, 성실하게, 열심히 완성한 후 스스로 뿌듯해 하고 자부심도 가져요.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의 흥미도 생기고 무엇보다 작가님을 만나 교감도 많이 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합니다. 전시회를 보고는 감동을 받고, 보람을 느끼더라고요. 덕분에 많이 치유 된 것 같아요”라며 프로젝트 A에 감사를 전했다.

마리킴: 아이돌 그룹 2NE1의 앨범자켓과 화장품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팝아티스트 마리킴 작가는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아이돌(Eyedolls)’ 캐릭터를 유명인물들로 작업을 해왔다. 그의 한결같이 커다란 눈, 오똑한 코, 작은 입을 가진 캐릭터들은 기성 미디어에 의해 정형화된 고정관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2. 아트놈+윤지원(한국육영학교, 자폐성 장애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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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놈 멘토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자폐성 장애 1급인 윤지원(한국육영학교)을 지도했다.

“지원이는 일단 스케치북이 있으면 바로 그림을 그려요. 어떤 생각을 하고 그리는 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그 점이 장점이에요. 작가로서도 배울 점인 것 같고요.”

그는 지원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그림을 그릴 때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려 노력했다.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단다.

“TV에서 자폐 아동들을 간접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직접 보면 알던 것과 많이 다르거든요. 일단 전혀 소통,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게 좀 어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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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는 자폐성 장애 1급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가 힘들었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지원이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원이의 그림은 즉흥적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모두 담아 순수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그림들을 살펴보면 그림들이 밝고 즐겁다.

아트놈: ‘재미있는 것, 재미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퍼니즘’을 표방하는 아트놈 작가의 작품에는 늘 즐거움이 묻어난다. 한때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캐릭터 제작에 빠져있었고, 근래에는 동양화와 캐릭터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며 본인만의 위트로 현대화한 아트놈은 지산 락 페스티벌의 ‘호러 쇼’ 참여 및 블랙마틴싯봉, 카프리 등과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본인 작품을 대중에 알려 왔다.

3. 라오미+박기현(목동중, 자폐성 장애 3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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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 3급인 박기현(목동중) 군을 지도한 라오미 멘토는 “올해로 이 프로젝트를 3년째 하고 있는데, 매년 아이들이 이렇게 그림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그 가족도 다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되고, 아이 스스로 자신감도 생기는 것을 보면 제가 뭔가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해요. 그게 좋아서 또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라오미 멘토는 묘사력이 뛰어난 기현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더 이야기를 꺼내려고 노력했다. 그는 “자폐아동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뚜렷해 그것을 더 많이 알고, 알려고 하고, 세세하게 그려낼 수 있어요. 예술가에게 정말 중요한 자질이 기현이 같은 자폐아동에게 있다”고 말했다. 또 기현이에게 “앞으로도 계속 더 꿈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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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이는 자폐성 장애 3급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관찰능력이 뛰어났고, 상상력이 풍부했다. 기차나 건축물을 좋아해 그림 대부분이 기차나 건축물이다. 그림에 다양한 이야기를 녹여내 흥미롭고 그림이 정밀하다. 기현이는 기차가 가장 좋다고 한다.

라오미: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학과 졸업 후 영화미술, 무대미술 등 다양한 작업을 거쳐 한국 전통의 십장생도(十長生圖)에 대한 신선한 접근으로 주목 받고 있는 라오미 작가는 공간연출이 뛰어난 작가다. 때문에 ‘공간디자이너’라고도 불린다. 바둑 패턴의 바닥과 밝은 채색의 현관문에는 서구화를 지향하는 형대 한국인의 현실적 취향이 상징적으로 표현되었고, 문 밖의 정원에는 곧바로 조선인들이 꿈꿨던 십장생의 유토피아가 펼쳐져 있다.

4. 임지빈+김준성(방현초, 지적 장애 3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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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성(방현초)군을 지도한 임지빈 멘토는 “준성이는 일반적인 다른 친구들하고 전혀 스타일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보통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이동 수단이라든지, 로봇처럼 소재가 한정되어 있는데 준성이는 시점이 진짜 특이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희소성이 있는 거죠.”

준성이의 그림 멘토링은 쉽지 않았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많이 좌우되어 갑자기 그림을 다 지우기도 했다. 그럴 때면 돌려서 코치를 해줬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 전문의의 강의를 받기도 한 임 멘토는 “처음에는 도움을 주자고 시작했지만 오히려 내가 더 도움을 받는 게 많았다. 아이가 변하는 과정에서 위안을 받고, 치유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준성이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장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에요. 좀 더 밝아지고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죠. 분명히 재능이 있으니까, 나중에 꼭 잘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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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성이는 지적 장애 3급이다. 하지만 준성이의 그림은 대상을 세밀하게 분석해 독특한 시점으로 해석해낸다. 장용 아저씨를 좋아해 그림을 살펴보면 장용 아저씨의 그림이 많고, 대담한 색상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임지빈: ‘베어브릭’ 작가로 유명한 팝 아티스트 임지빈 작가는 다채롭게 변신하는 베어브릭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의 베어브릭은 눈, 코, 입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한 가지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작품 속에 삶의 첨예한 문제들을 가벼운 위트와 함께 표현함으로써 폭넓은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다.

5. 홍원표+이준서(성산초, 뇌성마비 2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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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표 멘토는 “나의 재능이 좋고 밝은 데에 사용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가 지도했던 이준서(성산초) 군에 대해 “순수한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잘 그리려고 애쓰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림이 좋았다”고 말했다.

“스킬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많이 하고 많이 놀면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어요. 또 아이가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하긴 힘든 상황이라 부분적으로 하나만 완성해 나갔어요.”

이준서 군은 그림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 아이였다. 하지만 프로젝트 후, 혼자서도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만큼 그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지 않았나 해요. (가족들이) 많이 밝아졌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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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서는 뇌성마비 2급이다. 준서의 그림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림들은 독특하고 기묘하다.

홍원표: 바라바빠(Barabapa)’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나를 바라봐’ 그리고 ‘바쁘다’라는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는 바라바빠는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네 삶 속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고 더 나아가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에 대한 작가의 바람을 담고 있는 캐릭터이다. 그 외 작품들도 한결같이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6개월의 프로젝트 결과물은 이달 15일까지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에서 전시된다. 성과물은 후원사 조아제약㈜의 박스와 탁상캘린더 디자인에 쓰일 예정이다. ‘프로젝트A’ 사업은 지난해 서울시 민관협력 우수사업으로 선정됐다.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많은 장애아동의 가능성을 발굴하기를 기원한다.

글=김현아(포천고 1)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포천고지부

사진제공=포토그래퍼 한희석, 서울문화재단 제공

도움=김성희 칼럼니스트(전 중앙일보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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