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원 강탈 사건] 前운전기사 말듣고 '선수'들 모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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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억원 강탈 사건'은 김영완씨의 운전기사였던 金모(41)씨가 처음 구상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운전기사 일을 막 그만둬 돈이 궁하던 2001년 9월이다.

알고 지내던 權모(39)씨에게 "내가 일하던 집엔 현금만 10억원 넘게 있지만 깨끗하지 못한 돈이어서 빼앗겨도 신고를 못할 것"이라며 범행을 제의했다. 그리고 權씨에게 집 내부 약도와 함께 "사람이 적은 일요일을 택하는 게 좋다" "운전기사 방으로 침입하기가 쉽다"등의 조언을 했다.

그는 그러나 곧 다른 직장을 구하면서 자신이 제의한 범행에 대해선 잊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權씨는 그가 준 정보를 토대로 꾸준히 '강도 전문가'들을 물색해 동종 전과자들을 끌어모았다.

일요일인 지난해 3월 31일 오전 11시30분쯤 權씨는 조모(50).장모(39)씨 등 6명과 함께 종로구 평창동 김영완씨 집을 덮쳤다.

權씨와 郭모(45)씨가 망을 보고 조씨 등 5명이 지하 1층 운전기사 방으로 침입, 1.2층에 있던 김영완씨와 가족들을 넥타이로 묶고 식칼로 위협했다. 그리고는 서재에 보관 중인 무려 1백억원 상당의 금품을 고스란히 털었다.

경찰은 김영완씨가 신고한 채권번호를 근거로 강탈당한 채권이 명동 사채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추적 끝에 지난해 4~5월 일당 8명 중 權씨 등 6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운전기사 金씨는 강도교사 혐의로 구속됐으나 범행 제의만 하고 직접 가담은 하지 않은 점이 참작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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