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유치한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정부가 대회 유치 과정에서 불거진 정부 문서 위조 논란을 이유로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광주광역시는 “재정 여건상 국비 지원 없이는 국제대회를 치를 수 없다”며 최악의 경우 대회를 반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광주시, 2년 전 유치 서류 낼 때
“정부 지원” 넣고 총리 서명 가필
국비 278억 못 받게 된 광주 반발
“여야 합의 국제경기 지원법 무시”
취소 땐 위약금 등 213억 날아가
기획재정부는 11일 “보조금 관리법에 따라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는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연석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심사위원회에서 밝힌 지원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송 차관은 “정부 문서 위조로 유치한 국제경기대회에는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둘러싼 논란은 201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광주시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면서 정부의 재정 지원 보증서류를 위조했다”며 유치위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광주시가 그해 4월 국제수영연맹(FINA)에 유치 신청을 하면서 정부 서류를 위조해 제출한 혐의였다.
조사 결과 정부가 금액을 명시하지 않은 채 “적극 지원하겠다”고만 광주시와 합의했는데, 광주시는 이를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버금가는 재정 지원을 한다”고 고쳐 FINA에 보냈다. 이 문서에 들어 있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서명도 가필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법원은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김윤석(62) 유치위 사무총장과 6급 공무원 한모(46·여)씨에게 징역 6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기재부는 예산 지원 불가 방침에 대해 보조금 관리법 제30조를 근거로 들고 있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광주시가 유치 과정에서 정부 보증서를 위조했고 이로 인해 관련자 2명이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예산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개정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에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긴 하지만 이는 광주 대회를 위한 특별법이 아닌 만큼 보조금 관리법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광주시는 “정부 방침은 여야 합의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을 개정한 근본 취지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맞서고 있다.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지원 대상에 ‘광주 수영대회’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광주시는 해당 법을 근거로 내년 46억원을 비롯해 총 278억원의 국비 예산을 확보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기재부가 조직위 출연금과 운영비와 관련한 내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함에 따라 조직위 출범 자체가 어렵게 됐다.
광주시는 “국비 지원 없이 자체 재정만으론 대회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광주시가 대회를 반납할 경우 위약금 55억원과 그동안 투입한 예탁금과 개최권료 등 총 213억원의 혈세를 날리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광주 서구갑) 의원은 “위약금도 문제지만 대회를 포기할 경우 광주와 대한민국의 국제 신인도가 추락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1149억원이던 대회 예산은 최대 1850억원으로 증가한 상태다. 주경기장 후보 중 한 곳인 남부대 국제수영장 관중석을 FINA 규정에 맞게 현재 3290석에서 1만5000석으로 늘리는 데도 500억원 넘게 들어간다. 이에 일각에선 “광주시가 대회 유치에만 급급한 나머지 예산 확보나 인프라 조성 등은 소홀히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체부는 대회를 반납하게 될 경우 국가적 타격이 큰 만큼 일정 규모의 국고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본 운영계획 등을 검토한 뒤 예산의 30%가량을 국고로 지원하는 방안을 기재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9년 7~8월 열릴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는 200여 국가에서 선수·임원 등 2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김원배 기자 ckh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