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안보리 성명' 왜 추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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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북핵 문제를 회부한 지 넉달 만에 미국이 안보리 의장 성명 채택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주엔 북한의 핵폐기를 촉구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비난하는 성명 초안을 상임이사국에 돌렸고, 이번주부터 비공식 협의에 들어간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 등의 대량살상무기 수출을 막기 위한 확산방지구상(PSI) 구체화에 이은 대북 압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강제력을 갖는 유엔 안보리에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서 북핵을 다뤄나가겠다는 적극적 의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안보리 활용 입장은 현재로선 북한을 5자회담(남북, 미.일.중)으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용 색채가 짙다는 풀이다. "북한이 다자대화로 나오지 않으면 대북 포위망을 국제사회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 낸 의장성명 초안에는 "대화를 통해 북핵을 평화적.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유엔 가맹국의 노력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물론 미국의 안보리 논의 추진에는 북핵이 외교적으로 풀리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명분 쌓기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안보리 의장성명 절차를 밟아 놓아야 그보다 한 단계 높고 구속력을 갖는 대북 비난 또는 제재 결의안을 내기가 쉽다.

다만 미국의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아직 관련국 간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단계"라며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안보리는 정세를 복잡하게 만드는 어떤 행동도 취해서는 안된다"는 성명을 냈고, 러시아 유엔 대표부 관계자도 "안보리 논의는 대화의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의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논평에서 "핵 문제를 유엔에 상정하면 비상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종의 맞불 작전이다.

◇ 안보리 의장성명=안보리 의장이 안보리 상임이사국(5개국)과 비상임이사국(10개국)의 동의를 얻어 공식 모임에서 언급하는 견해. 유엔 헌장 6장과 7장에 따른 것으로서 안보리 의사표시로 간주된다.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안보리 결의와는 차이가 난다. 하지만 안보리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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