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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아프고 불편해도 참는다, 태극마크의 이름으로

중앙일보

입력

프리미어 12에 출전중인 야구 대표 선수들은 아프고 불편하다. 그래도 참는다. 태극마크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한국은 12개 출전국 중 가장 빡빡한 일정을 치르고 있다. 시즌이 끝난 뒤 컨디션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일본과 대만을 오가고 있다. 특히 최다인 8명 합류한 두산 선수들의 몸 상태는 말 그대로 만신창이에 가깝다. 포수 양의지는 한국시리즈 때 다친 엄지 발가락이 아직 낫지 않았고, 민병헌도 트레이너와 자주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유격수 김상수도 발뒤꿈치가 안 좋지만 내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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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야수 최선참 이대호는 일본시리즈에서 손바닥을 다쳐 진통제를 먹고 있다. 그는 테이핑을 잔뜩 한 채 연습하면서도 주장 정근우와 함께 가장 많은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대호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대표팀에서 빠져 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거의 대표팀 소집에 빠지지 않았다. 일본리그가 진행중이었던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이 유일하게 빠진 대회다. 이번에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지만 묵묵히 대표팀에 합류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강한 애착 때문이다. 이대호는 대표팀에서 지급하지 않은 개인 장비 가방에도 태극마크와 함께 자신의 번호 '10'을 새겼다. 그는 "일본이 이를 악물면 우리도 잇몸을 깨물고 하겠다. 남자가 창피하게 두 번 질 수 없다"며 토너먼트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 설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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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

이번이 2번째 대표 발탁인 오재원도 투지를 드러냈다. 그는 "일본에게 졌는데 실망이 크실 것이다. 솔직히 나는 한 게 없고, 우리가 졌지만 완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엔 또 이길 수 있는게 야구"라고 말했다. 오재원의 배트 노브(방망이 끝의 동그란 부분)에도 태극기가 선명하게 그려져있다. 오재원은 "결승에 가면 입국하고 바로 다음날 4주 군사훈련을 받는다. 정말 피곤하다"고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이왕 온 거 끝까지 가야지"라고 말했다.

경기 전 사전 적응 훈련도 없었다. 일본전이 열린 삿포로돔은 이틀 전 이동했지만 전날 축구 경기가 있어 공식 연습은 하지 못했다. 2차전인 도미니카공화국전도 마찬가지다. 10일 연습장소는 멕시코·미국전이 열리는 톈무구장이었다. 당장 맞붙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가 열린 타오위앤구장에서는 다른 경기가 열리는 바람에 구경도 못했다. 톈무구장은 그라운드 상태가 고르지 않아 불규칙 바운드가 여러 번 나왔는데 타오위앤구장의 상태는 전혀 모른 채 경기에 들어가야 한다.

환경 역시 열악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고급 숙소를 구해 1인1실로 배정하고, 도시락까지 공수하는 등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대회를 주최하는 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의 행정력이 떨어져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게 이동이다. 야구 대표팀은 이동시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있다. 나이 순으로 4~5명이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긴 하지만 체격이 큰 선수들도 예외없이 따른다. 전세기를 지급하는 등 최고의 대우를 해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는 비교가 안 된다. 나성범은 "당연히 국내보다 불편하지만 당연한 것이다. 대표팀에서 얻는 것이 더 많으니까 괜찮다"고 미소를 지었다.

타이베이(대만)=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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