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安7단의 급소를 움켜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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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21국
[제3보 (34~48)]
白.金 主 鎬 3단 | 黑.安 祚 永 7단

세계대회 본선은 프로에겐 꿈의 무대다. 프로는 이곳에 가야 돈과 성공을 맛볼 수 있다.

며칠 전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치러진 LG배 본선. 이 판의 안조영7단과 김주호3단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무대에 섰다.

그러나 두 기사의 명암은 크게 갈렸다. 安7단은 조치훈9단을 만나 패배한 반면 金3단은 유시훈9단과 중국의 저우허양(周鶴洋)9단을 연파하고 '세계 8강'에 진출했다.

그렇다면 金3단의 실력이 安7단보다 강한 것일까.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왕위전뿐 아니라 역대 기록에서도 安7단이 앞서고 있다.

바둑계는 지금 강자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어 누가 누구 칼에 맞을지 모른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하고 담력과 같은 또 다른 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흑▲에 대해 김주호가 34쪽으로 몰아버린 것은 기세다. 상변은 뚫리더라도 흑이 바라는 '안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고수의 승부호흡이란 얘기다.

그 기세에 눌렸을까. 40으로 꼬부리고 나왔을 때 41로 물러선 것이 검토실을 크게 실망시킨 한수였다. 41은 <참고도1>처럼 젖혀야 바둑이다. 이렇게 젖혀야 흑은 두터워지고 백은 엷어진다. 장차 백△도 엿볼 수 있다.

실전은 백이 42로 쏙 머리를 내밀자 흑의 응수가 궁하다. 무심히 41에 두었던 安7단도 뒤늦게 실책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고심에 잠겨든다.

어딘가 이어주기도 밋밋하고 억울해서 43부터 변화를 구했다. 46으로 살 때 47로 뛰는 가벼운 행마로 연결을 대신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주호의 48이 가슴 뜨끔한 일격. 이 수가 적당히 피해가려 했더 安7단을 다시금 궁지로 몰아넣는다.

흑이 <참고도2>처럼 한점을 잡고 연결하면 만사가 해결될 것 같지만 백4를 당하면 응수가 없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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