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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베네수엘라·브라질 … 경제위기에 좌파 정권 ‘풍전등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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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호 10면

좌파 일색인 남미에서도 우파 바람이 강하다. 지금도 여전히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고 있다. 하지만 대선 결선 투표(11월 22일)를 앞둔 아르헨티나와 한 달 뒤 총선(12월 6일)을 치르는 베네수엘라에서 좌파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경제 위기가 깊어지면서 집권 좌파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70%대에 달한다. 호세프 대통령은 정부회계의 재정법 위반 혐의와 국영 페트로브라의 부패 스캔들로 탄핵 위기를 맞고 있다. 남미 좌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공산주의 국가 쿠바는 54년 만에 미국과 수교하는 등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쪽으로 급변하고 있다.


국가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좌파 페로니스트가 장기 집권 중인 아르헨티나에서는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대선에선 예상을 깨고 중도우파 개혁주의자 후보가 선전해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우파 ‘공화주의제안당’(PRO) 소속인 마우리시오 마크리(56) 후보는 페로니즘 집권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의 다니엘 시올리(58) 후보와 대권을 겨룬다. 마크리는 시올리보다 더 시장경제 지향적이다.


3위를 차지한 세르히오 마사 후보의 표를 끌어들여 마크리가 승리할 경우 70년 넘는 페로니스트 정당의 권력독점이 깨진다. 이와 함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대통령과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2010년 작고) 전 대통령의 12년간의 통치도 끝나게 된다.


무엇보다 경제가 문제였다. 페르난데스 정부의 환율 통제와 무역 규제는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여기에다 25%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휩쓸었다. 외환보유액은 줄어들고 외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선심성 복지 혜택 등을 줄여야 할 판이다. 또 중앙은행은 인플레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형편이다. 마크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자본 규제를 즉각 풀고 다시 성장 궤도로 돌려놓겠다”고 밝혔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21세기 사회주의’를 주창했던 베네수엘라에서도 좌파 정권이 시련을 겪고 있다. 12월 6일로 예정된 총선에선 야당이 차베스가 집권했던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총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야당 지도자 일부는 투옥 중이고 일부는 출마가 금지돼 있지만 야권은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실정과 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하나로 뭉쳐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전했다. 야당 연합 ‘민주통합’은 마르크스주의자로부터 자유시장경제주의자까지 다양하지만 이들의 목표는 하나다. ‘차비스모’(차베스주의)를 끝내는 것이다.


세계 5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유가 폭락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약품을 비롯한 거의 모든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율은 200%에 달한다. FT는 “경제는 올해 -1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볼리바르화의 가치는 폭락했다”고 전했다. 외환보유액이 바닥 나 최근에는 금을 팔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유권자의 70%가 야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마두로 정권은 선거제도 규제 등 각종 수단을 총동원해 야권을 압박하고 있어 지금의 지지율이 실제 의석 비율로 연결될지는 불확실하다.


브라질의 좌파 호세프 대통령 정권의 앞날도 밝지 않다. 지난 2분기 브라질의 성장률은 -1.9%를 기록했으며 1월 이후 일자리는 50만 개나 줄었다. 지난 7월 실업률은 7.5%로 1년 전의 4.9%에 비해 크게 높아졌으며 내년 말엔 10%로 치솟을 전망이다. 헤알화 가치도 폭락했다. 다음 대선이 치러지는 2018년까지는 경제 회복이 어렵다는 분석이 대세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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