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일본 기행] '아르바이트族' 전문가 고스기 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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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요즘 일본에서는 '프리터'(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자유 아르바이트족) 문제가 큰 화두다.

프리터를 다룬 각종 책자는 물론이고 프리터끼리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여럿 등장했다.

이 분야의 1인자로 꼽히는 일본노동연구기구의 고스기 레이코(小衫禮子.51.사진) 부총괄연구원은 "거의 기술 하나로 버텨온 일본이 프리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국제 경쟁력에서 크게 뒤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현재 10대 근로자의 30%, 여성 근로자의 40%가 아르바이트나 임시직으로 일하는 프리터들이다. 단기적 현상이 아니다. 이들의 연령층이 갈수록 높아지고 기간도 장기화하고 있다. 그 수가 2백만명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세력이 됐다. 이는 단순직의 증가라는 측면뿐 아니라 '사회의 질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무엇이 원인인가.

"가장 큰 원인은 노동력 수요의 변화다. 젊은 층의 실업률 증가는 어떻게 보면 어느 선진국에서나 공통적인 현상이다. 기업 입장에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치중하면서 전문성이 높고 경험이 풍부한 노동력을 더 찾게 마련이다. 일본의 경우 대졸 신입사원 일괄채용과 기업 내 교육훈련 등 특수한 일본식 시스템으로 이를 극복해왔다. 그러나 그런 시스템이 무너진 지금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다. 젊은이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취업을 지원하고 능력개발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또 하나는 그동안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젊은이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어지간한 곳은 안 가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이들을 현실과 타협시켜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전문성을 높여가는 노력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젊은이들의 의식이 변한 것은 아닌지.

"특히 도쿄 등 도심부의 프리터들은 절반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회사라는 틀에 묶이기를 거부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자, 혹은 그 실현을 위해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서다. 젊은이들이 이런 의식을 갖는 것은 자기실현을 추구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풍요로운 환경이 뒷받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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