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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감귤향, 침실-로즈향, 주방-계피향 ‘행복이 가득한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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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초·디퓨저뿐만 아니라 홈 스프레이, 패브릭 퍼퓸 등 다양한 홈 방향용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제주도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한국 브랜드‘르 플랑’(Le Plein)의 홈 방향용품들.

향초·디퓨저 등 집안을 ‘향’으로 꾸미는 홈 방향용품(home fragrance)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제 인테리어의 마무리는 조명이 아니라 향기”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최근엔 한 가지 향을 즐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간별로 각기 다른 향을 연출하거나 2~3가지 향을 섞어 집안을 꾸미는 사람이 많아졌다.

집안 공간별 향기 연출법

같은 향수를 뿌려도 사람마다 다른 향이 나듯, 향초·디퓨저 역시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집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집안을 특별하게 만드는 공간별 향기 연출법과 향기 레이어링에 대해 알아봤다.

‘레이어링(layering·겹쳐입기)’은 패션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여러 개의 옷·악세서리를 겹쳐 착용해 멋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엔 레이어링이 인테리어 용어로 종종 등장한다. 홈 방향용품이 집안의 필수품이 되면서 좀 더 고급스럽게 향을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2~3가지 향기를 섞는 향기 레이어링이 인기를 얻으면서다.

향기 레이어링에 도전하려면 먼저 공간별 어울리는 향을 파악해야 한다. 거실·욕실·주방 등 공간마다 용도가 다르듯, 각각 어울리는 향도 다르다. 영국 브랜드 ‘조 말론 런던’ 교육부의 김분희 매니저는 “침실에 잘 어울리는 로즈향 계열의 향초를 다이닝룸에서 사용했다가 음식냄새와 섞이면서 향이 이상해져 낭패를 봤다는 고객이 있었다. 홈 방향용품은 공간별 어울리는 향을 알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실·주방·욕실마다 다른 향으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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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로맨틱한 침실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아닉구딸의‘라 로즈’ 향초.
(오른쪽)조 말론 런던의 ‘라임 바질&만다린’ 디퓨저. 주방에 적합한 라임, 바질향이 함유됐다.


거실에 가장 어울리는 향은 가볍고 신선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다. 시트러스 계열은 레몬·라임·오렌지 등 감귤류 과일의 향을 말한다. 김분희 매니저는 “거실은 온 가족이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강한 향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은은하게 향이 퍼지는 시트러스 계열의 디퓨저를 놓거나 같은 계열 향의 향초를 섞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거실의 향을 선택할 땐 현관도 고려하면 좋다. 김 매니저는 “플로랄 계열의 향도 거실·현관에 잘 어울린다. 프리지아 향과 미모사 향을 섞으면 이국적이면서 신선한 향이 생긴다. 현관에 프리지아 향을, 거실에 미모사 향을 두면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두 가지 향이 조화를 이뤄 신선하면서 포근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음식을 만드는 주방에선 음식냄새를 방해하지 않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한국 브랜드 ‘르플랑’의 박미소 조향사는 “주방에 가장 잘 어울리는 향은 계피향이다. 계피향에는 해충의 접근을 막아주는 성분이 들어있다”며 “항균 및 음식의 잡내를 잡아주는 효과가 있는 레몬향도 주방에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음식을 먹는 다이닝룸에선 식욕을 돋워주는 푸르티 계열의 향이 적당하다. 푸르티 계열은 시트러스 계열에 해당하는 감귤류를 제외한, 모든 과일향을 말한다. 딸기·복숭아·사과 등 천연 과일의 향이 이에 해당한다. 프랑스 브랜드 ‘아닉구딸’의 윤여리 매니저는 “가벼운 플로랄 계열의 향을 음식의 향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사용하면서 진저나 계피 계열의 향을 더하면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이닝룸에선 향초나 디퓨저를 놓는 위치가 중요하다. 바닥의 모서리에 놓아 향을 은은하게 퍼지게 하는 것이 좋은데,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는 향신료 계열의 향은 테이블 위에 둬도 무방하다.

침실에 적합한 향으로는 모든 조향사가 입을 모아 플로랄 계열의 로즈향을 추천했다. 플로랄 계열은 로즈·자스민·바이올렛 등 달콤하고 화려한 꽃향기다. 로즈향은 실내 분위기를 로맨틱하게 연출하고 수면을 돕는 효과가 있다. 로즈향과 피오니향 등 같은 플로랄 계열끼리 섞으면 침실에 어울리는, 편안한 향을 만들 수 있다. 시트러스 계열은 상대적으로 강렬하기 때문에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침실에선 피하도록 한다.

욕실은 습기가 많고 환기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발향력이 약한 디퓨저보다 향초를 사용해 습기와 악취를 모두 해결하는 것이 좋다. 윤여리 매니저는 “2~3가지 향초로 잔향이 오래가도록 레이어링 하는 것이 좋다. 향이 오래가고 편안한 느낌의 우디 계열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우디 계열은 나무를 연상시키는, 무겁고 따뜻한 느낌의 향이다. 베티버·시더우드·샌달우드 등이 우디 계열의 향이다. 박미소 조향사는 “예전부터 화장실 방향제로 시트러스 계열이 많이 사용되다 보니, 아무리 고가 제품이라고 해도 시트러스 향을 욕실에 쓰면 고급스러움을 느끼기 힘들다”며 “욕실에선 시트러스 계열이나 플로럴 계열은 피하는 게 좋다”고 했다.

다른 공간과 달리 서재나 공부방은 향기 레이어링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윤 매니저는 “서재나 공부방에선 오랜 시간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레이어링하는 것보다 한 가지 향을 사용하는 게 집중력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집중을 돕는 유칼립투스 향이나 머리를 맑게 해주는 세이지 향이 서재에 적합하다.
 

2~3가지 향 섞을 때 주의할 점

서로 다른 두 가지 향을 조합할 땐, 같은 계열의 향끼리 섞는 것이 좋다. 박미소 조향사는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계열의 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같은 계열끼리 섞어야 실패 확률이 적다”고 했다. 이어 “굳이 서로 다른 향을 섞고 싶다면 공간을 나누면 된다. 집안의 공간별로 향을 배치하면 각각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분 전환 효과도 높다”고 덧붙였다. 서로 다른 계열을 섞고 싶다면 강하고 따뜻한 향을 가볍고 상쾌한 향과 섞는다. 강한 우드 계열과 가벼운 플로랄 계열을 섞는 방식으로 시도하면 된다.

레이어링 초보자라면 성분이 단출한 것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향초나 디퓨저는 이미 여러 가지 성분이 섞인 것이 많다. 많게는 1000개 넘는 향이 섞인 것도 있다. 김분희 매니저는 “복합 성분의 제품을 초보자가 섣불리 섞으면 오히려 향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때문에 레이어링 할 땐 단일 성분의 향끼리 섞어야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 니치 향수 브랜드의 제품들은 대부분 단일 성분이 많아 초보자들이 도전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글=신도희 기자 toy@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김기환 사진가 촬영협조=메이필드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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