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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셜록 홈스’ 합법화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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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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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흔히 ‘사설탐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원’ 제도 도입 및 이에 필요한 관련 법 제정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찰은 민간조사원이라는 직역이 이미 엄존하는 만큼 제도권 내에 들여와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빈부 격차에 따른 정보의 양극화 초래 우려를 이유로 반대해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간조사원 제도는 의뢰인에게 보수를 받은 사설탐정의 정보 수집 활동을 합법화하는 법안이다.

경찰 “심부름센터 폐해 줄일 대안”
17년 막힌 ‘공인탐정법’ 제정 촉구
변협 “차라리 경찰 인력 늘려야”
“퇴직 경관 일자리 노리나” 시선도

 27일 대한변협·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 수사연구관실은 지난 7월부터 민간조사업 정책 알리미 블로그를 개설해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민간조사업! 금지는 해제하고 관리 법률은 제정해야 한다’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블로그엔 최근 들어 배우 김상중·오달수, 걸그룹 크레용팝 등의 응원 인터뷰 영상도 올라왔다. 제도 도입을 위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다.

 경찰이 이처럼 적극 나선 건 민간조사원이라는 직역이 불법의 형태이긴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만큼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입장을 정리하면서다. 수사연구관실 나영민 경정은 “민간조사원은 이미 불법 심부름센터·흥신소 등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 도처에서 활동 중”이라며 “새로운 직역을 도입하자는 것보다는 현재 활동 중인 민간조사원들이 초래하는 폐해를 관리하자는 취지가 더 강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영업 중인 불법 심부름센터와 흥신소가 수천 개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민간조사원이 합법화되면 현재 퇴직 경찰관들의 일자리 제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자체 용역조사 결과 1만5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나 경정은 “경찰뿐 아니라 검찰 수사관, 언론인 등도 자격시험을 거쳐 민간조사원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며 “양질의 인력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경찰이 조사할 수 없는 사적 영역에서 민간 차원의 조사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민사소송, 실종자 찾기 등의 분야에서 국민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간조사협회 하금석 회장은 “검찰과 경찰은 형사사건에는 적극적으로 나서 개입하지만 민사사건에선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 가장 반대하는 기관은 대한변협이다. 가뜩이나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데 사설탐정이 합법화되면 더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퇴직 경찰에 대한 전관예우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한변협 하창우 회장은 “퇴직 경찰들이 기존의 끈을 활용해 정보 수집 등을 더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수임료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드러내놓고 탐정과 경찰의 유착을 허용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하 회장은 또 “빈부 격차에 따라 정보의 양극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이 처음 제안된 건 1998년이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하순봉 의원이 ‘공인탐정법’이란 이름으로 제안했다. 17, 18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법안이 제안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 신사업 육성 추진계획에도 포함돼 현재도 2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법무부와 경찰청 가운데 어느 곳이 관할 부서인지도 아직 정리가 안 됐다”며 “국회에도 법사위와 안행위에 각각 법률이 올라와 있어 조만간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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