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朴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44초마다 "경제" 외치며 '4대 개혁'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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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라는 단어를 56번 썼다. 전체 연설이 41분이었던 만큼 44초에 한번 꼴로 ‘경제’를 입에 올린 셈이다. 경제 다음으론 ‘청년’(32번), ‘개혁’(31번), ‘일자리’(27번) 등이었다.이번 시정연설에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특히 박 대통령은 연설 앞부분에서 내년도 예산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편성하는 두번째 예산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3개년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4대 개혁(공공·노동·교육·금융)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예산”이라며 “의원 여러분의 협조를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경제 활성화의 해법을 4대 개혁으로 보고, 개혁 완수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히는 동시에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는 게 연설의 취지임을 명확히 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구조 개혁을 통해 근본적인 처방을 해야만 우리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서 “4대 개혁은 어떠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분야별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된 관련 항목을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노사정)합의가 실행되면 청년층 고용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노동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업급여 지급액을 상향 조정하고, 수급기간도 30일 연장하는 등 1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고용안전망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이는 식이었다.

나머지 공공ㆍ교육ㆍ금융부문 개혁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국고보조금 통합관리망 구축(내년도 관련 예산안 181억원), 자유학기제 중학교 전면 시행(679억원), 핀테크 금융 육성 등의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4대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공직사회와 대기업, 그리고 대기업 노조를 비롯해 조금이라도 나은 형편에 계신 분들께서 한 걸음 양보해달라”고 했다.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한류 붐으로 관광객이 급증해 수용할 호텔이 모자랄 지경인데,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땅을 칠 일”이라며 관광산업진흥법 등을 말했다. 또 “세계 무대 진출을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FTA(자유무역협정)의 조속한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한·중, 한·베트남 FTA의 비준을 요청했다.

경제 관련 내용이 많았던 만큼 연설문 작성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중심이 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을 마지막 순간까지 직접 첨삭했으며, 예정된 연설 시작 시간(오전 10시)을 17분 남기고서야 배포했다.

연설 직후 새누리당은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보여준 연설이었다. 대통령의 간절한 호소에 국회가 답할 차례”(이장우 대변인)란 반응을 내놨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이) 3개년 계획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은 심각하다”(이언주 원내대변인)고 혹평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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