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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강령 만들고 문신 체육대회…인천 폭력조직 '크라운파' 일망타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크라운은 인천 최고의 조직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생활하기 때문에 타 식구(조직)에 절대 꿀려서는 안 된다."

"선배의 지시가 없을 때는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타 조직원과 전쟁이 길어질 땐 야구 방망이와 회칼을 몸이나 차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

"말을 할 때는 다나까를 사용하고 끝에 형님을 사용한다."

"선배를 볼 때는 90도로 인사를 한다."

"조직원이 구속되면 바깥 사람이 도와준다."

이런 행동 강령을 만드는가 하면 문신을 드러낸 채 체육대회를 여는 등 세력을 과시해온 인천 지역 폭력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7일 범죄단체 구성·활동 혐의로 인천 지역 폭력조직 ‘크라운파’의 두목 한모(44)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6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조직원 1명을 쫓고 있다.

이들은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크라운파에서 활동하면서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문신을 드러내고 축구를 하거나 경기도의 펜션 등에서 11차례에 걸쳐 단합대회를 한 혐의다.

또 조직원 탈퇴를 방지하고 기강을 세운다며 10여 차례에 걸쳐 기수별로 후배 조직원들을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0년 10월에는 다른 조직과의 패싸움에 대비한다며 세 차례에 걸쳐 둔기와 흉기 등을 소지한 채 수십 명이 집결하기도 했다.

크라운파는 1993년 인천시 중구 신흥동에 있던 '크라운나이트 클럽'에서 따온 이름이다. 주로 신흥동 일대에서 활동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력이 약해진 뒤 2009년 재결성됐다.

이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등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2010년 8월 한씨가 두목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세력을 키웠다.

2011년 10월에는 인천의 한 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또 다른 폭력조직인 간석식구파와 칼부림 사건을 벌이기도 했다. 크라운파 조직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간석식구파의 한 조직원이 크라운파로 조직을 옮긴 옛 동료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찌르면서 두 조직의 조직원 130여 명이 충돌했다.

이후 검찰과 경찰은 대대적인 폭력조직 소탕 작전을 벌였고 이들 조직도 와해되는 듯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구속됐던 조직원들이 교도소에서 출소하면서 와해된 조직이 다시 세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다시 유흥가 이권을 선점하기 위해 세력을 키워갔다. 조직원들을 유흥업소에 취직시킨 뒤 월급을 빼앗고 성인오락실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5차례에 걸쳐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갈취하기도 했다. 이렇게 번 돈은 모두 조직 활동에 쓰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크라운파 일망타진을 계기로 다른 폭력 조직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지방경찰청의 관리 대상 조폭은 꼴망파와 부평식구파 등 13개 조직 320여 명이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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