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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병원 합치니 중복검사 ↓ 의료 질 향상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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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중앙의료원이 다시 한번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이 하나가 된 것이다. 1935년 25병상으로 시작한 성모병원은 이번 통합으로 1769병상(서울성모 1355, 여의도 414)으로 거듭났다. 하루 외래환자만 1만여 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통합에는 규모보다 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병원을 전문·특성화하고, 병원 간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 환자 편의를 극대화하자는 것이 통합의 배경이다. 여기에 가톨릭의 이념도 반영됐다. 국내 처음 시도되는 이번 도전은 계열 병원을 거느린 다른 의료기관들의 롤 모델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초대 통합원장이 된 승기배 원장(사진)을 만나 두 병원이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 서울성모·여의도성모병원 승기배 통합원장
2·3차 의료기관 기능을
원스톱 서비스로 해결
환자는 시간·비용 절감

-잘 운영되던 두 병원을 통합한 이유는.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다. 어떻게 하면 환자에게 보다 싼 가격에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할지 고민했다. 우리나라는 대형 병원 쏠림현상이 심하다. 병원 입장에서야 좋지만 환자나 나라 전체로 봤을 땐 손실이 크다.”

-통합되면 더 큰 병원이 된다. 쏠림현상이 오히려 심해지진 않을까.

“아니다.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면 환자 의료비가 절감된다. 예를 들어 심혈관질환을 앓는 환자가 있다고 치자. 자신의 병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는 환자가 2차 의료기관(종합병원)을 방문한다. 각종 검사와 진료를 받은 후에야 고난도 심장수술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더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문제는 이때 발생한다. 환자는 진료의뢰서를 발부받고 각종 검사 기록을 CD에 담아 3차 의료기관(상급 종합병원)을 찾는다. 일단 의사가 바뀌고, 이에 따라 치료 계획도 바뀐다. 연속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것이다. 같은 검사를 다시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환자는 수준 높은 진료를 더 싸게, 더 빨리 받게 된다. 반대로 서울성모병원에서 고난도 수술을 받은 환자가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그만큼 병원비를 아낄 수 있다.”

-종전에도 두 병원은 진료의뢰시스템을 구축해 두지 않았나.

“그렇더라도 한 병원으로 통합 운영하는 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일관된 치료 계획에 따라 환자를 보는 것이다. 두 병원 소속 의료진은 유닛(unit) 개념으로 구성돼 필요에 따라 교차진료를 한다. 진료시스템을 통합·연계해 별도의 진료의뢰서와 검사 기록을 지참하지 않아도 한번에 치료할 수 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이 작은 차이는 결과적으로 큰 이득이 된다.”

-두 병원은 각각 어떤 역할을 맡나.

“서울성모병원은 상급 종합병원의 역할에 맞게 세계 최고 수준의 고난도 치료를 담당한다. 여의도성모병원은 임신부와 태아, 신생아를 아우르는 주산기 질환과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담당한다. ‘수태(受胎)에서 웰다잉(well-dying)까지’라는 가톨릭 정신을 구현하는 데 주력한다. 또 만성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 감염병 특수병동 역시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맡는다.”

-통합으로 목표하는 바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 깨달은 게 있다. 환자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골수이식 환자가 많은 우리 병원은 특히 감염에 민감하다. 이번 통합을 계기로 국제 기준을 상회하는 감염률 ‘제로(0)’에 도전한다. 사고가 터지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2010년 JCI 인증을, 그리고 2013년 재인증을 받았다. 이것이 메르스 사태에 큰 역할을 했다. 여러 번의 예행연습을 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가 왔을 때 외부 격리실에서 치료한 결과 메르스를 차단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싶다.”

-통합의 후유증도 있을 수 있나. 리더로서 중요한 덕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고, 다른 하나는 진정성이다. 리더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또 조직이란 한 사람만의 힘만으론 성장할 수 없다. 직원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통합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기능적으론 이미 완벽히 통합됐다. 하지만 진정한 통합은 멀었다. 모든 의료진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다. 6개월이든 1년이든 진심으로 직원을 대할 것이다.”

-통합 성모병원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면.

“의학에도 감성이 따라야 한다. 환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역시 진심으로 환자를 대해야 한다. 잠깐이나마 환자와 눈을 맞추고, 손을 한 번 잡아주려고 한다. 진심과 소통이 성모병원이 추구하는 가치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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